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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ul 21. 2023

캐년 드 쉐이(Canyon de Chelly)의 봄

지금은 스페인사람들의 영향으로  캐년 드 쉐이라 부르지만 원래는 바위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TSEYE 였다.


어느 해 큰 맘먹고 여기 온날  눈이 펑펑 내렸다. 군대에 밀려 절벽에서 몰살당한 원주민들의 눈물 같았다 

스파이더 락(Spider Rock)을 보러 가다 발길을 돌렸다. 도시 같으면 일도 아닐 텐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눈 폭풍을 만나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 포기했다 


어느 봄날  다시 가 보았다.

땅에서 우뚝 솟은 Spider Rock은 정말 사람은 올라갈 수 없고 거미나 올라가겠다.



스파이더 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트레일 주변에 

꽃들이 피어있었다.








같은 환경인데 아주 작고 순해 보이는 보랏빛 꽃과 인디언 페인트 브러시가 있고  

무서운 가시로 몸을 덮은 선인장이 있었다. 



나바호족이 The Long Walk라는 비극적인 일을 겪은 후 백인들과 협상을 했을 때 평화롭게 조약을 맺자는  지도자를 과격한 사람들이 살해한 일이 있었다.

같은 조건에서도 성격이 완전히 다른 건 꽃이나 사람이나   비슷하다.



Sliding House Over Look에서 내려다보면 

절벽 사이에 옛날 사람들이 살던 집들이 보인다.


저 집을 어떻게 드나들었을까?

거미발을 가졌나?

술이라도 한잔 하면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해서 집에 가는 건 불가능했겠다.





붉은 사암들 속에 특별하게 하얀 집도 있다. 서기 1100년쯤 지어졌다는데 저 곳에 남자, 여자, 아이들이 100명 정도 살았다고 한다. 저 하얀 집을 '키니 나이가이'라고 불렀는데 그들의 말로 하얀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집은 절벽에 지었어도 농사는 강이 흐르는 계곡에서 지었다. 




이 둥근 집은  남자의 집.

팔각형으로 된 건 여자의 집이다.

공통점은 문은 모두 동쪽으로 내서 아침해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 와서 늘 고맙게 생각되는 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다.



경관을 거스르거나 튀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다니도록 해 준 배려가 참 고맙다.




캐년 아래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도 

눈에 거슬리는 쇠붙이가 아닌 경관과 어울리는 자재를 써서 보기에 좋았다.


스파이더 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터어키석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예쁜 나바호 소녀를 만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소녀를 위해 그녀의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가 같이 와서 사진을 찍으며 장래를 축복해 주는 집안 행사였다. 그녀의 손에는 나바호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옥수수, 바구니, 직물, 화살들이 있다.

나바호를 비롯한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바깥세상 사이에서  정신적 갈등이 상당히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녀가 과거와 현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꿈을 이루어 갔으면 좋겠다.


지난번 왔을 때 내리던 눈이 나바호의 눈물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화창한 봄날 피어난 꽃들과  꽃처럼 예쁜 소녀를 만났다.

슬픈 과거를 가진 나바호 사람들  마음에도  봄기운이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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