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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ug 21. 2023

그랜드 캐년 투윕,토로윕Tuweep,Toroweap


밤새 잠을 설쳤다.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오느라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와서 잠자리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전날 겪은 일이 너무 힘들었던 같다.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바람이 세게 불어 텐트를 잃었고 새로 산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등이 들어왔고,  차가 모래와 바위 사이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던 일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토잉카를 부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대신 불러준다 해도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토잉비용도  삼천불은 들 것이라 했다.  

 언덕 아래 두고 온 차가 별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새벽 다섯 시 해 뜨는 걸 보려 가려고 준비하는데 옆 텐트의 벤도 깨어나 준비를 했다.

캠핑장에서 또다시 험한 길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이 나온다.

길은 9년 전 왔을 때보다 더 험해져 우리 차가 여기 까지왔어도 더 이상은 갈 수 없었을 것 같았다.

벤의 운전 솜씨는 1인치의 오차도 없이 지나야 할 곳을 밟으며 올라갔다. 



서쪽으로는 달이 내려가고.

동쪽에서는 해가 떴다


우리를 도와준 벤은 바위 위에 앉아 한 곳을 바라보았다.

토론토에서 왔다는 캐나다 사람은 미국 전역을 다니며 날씨를 살 핀다고 했다.

이른 아침 이 넓은 곳에는 이렇게 딱 네 사람뿐이다. 전날 차를 태워 주었던 오웬과 짐 부부는 아직 자고 있는가 보다. 


투윕에는 전망대가 없다. 

내가 걸어 다니는 곳이 바로 전망대다.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엉금엉금 기어가서 내려다보아야 한다.


사우스 림이나 노스 림과는 다른 그랜드 캐년의 모습이다.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에 구경꾼들이 오기 전의 모습이 이랬을 것 같다.



전에는 좋은 곳을 보면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 굴러 떨어질지 모르게 생긴 바위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9년 전 왔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번이 마지막 일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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