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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Aug 31. 2023

굿바이 투윕

 벤이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불렀다. 내 차로 왔다면 좀 더 머물렀을 텐데 아쉽지만 그를 따라야 했다.

캠핑장에 돌아와 텐트를 접었다. 벤이 우리를  차가 서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험한 길에 위험하게 서 있는 우리 차를 돌려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까지 배려해 주었다. 다행히 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너무 고마울 때는 고맙다는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가 다음에 세인트 조지를 지날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번호를 주었다. 

Visitor Center로 오니 우리 차가 조난을 당했다는 소식을 여기서도 알고 있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반가이 맞아주었다.

자기를 '데비'라고 소개한 이 부인은  여기서 일하는 아들을 만나러 보스턴에서 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13년 우리가 처음 왔을 때 우리를 맞아 주었던 Todd가 그녀의 아들이었다.

Todd는 지난해 17년 일했던 이곳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여기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 데비는 일 년에 한 번 여기 와서 아들을 만난다고 했다. 이 날 토드는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고 했다. 

내가 미국의 국립공원을 좋아해 63곳을 모두 가 보았다는 말을 듣고 놀라며 공원 레인저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안내를 시작했다. 

수도가 없는 이곳에서 겨울에만 오는 빗물을 모아 일 년 동안 그 물로 생활한다며 물탱크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자랑스럽다고 했다.

새벽 5시에 입구에 있는 게이트를 여는 일이 하루 중 가장 기쁘다는 사람이다. 


헤어지기 전 자원 봉사자 '샐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기는 이곳을 무척 사랑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토드가 17년 이곳을 지키며 어떤 생각으로 일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난번 왔을 때 그는 이른 아침 바이크를 타고 캠핑장에 와서 화장실을 체크하고 캠핑장을 둘러보고 갔었다. 너무 소중해서 비밀로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투윕을 떠났다. 

국립공원의 인기가 높아지며 요세미티, 글래이시어국립공원처럼 예약 없이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내 차가 빠질 만큼 길이 험해도 길을 고치지 않고  정말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만 와 주었으면 하는 그 고집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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