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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01. 2023

투윕(Tuweap)에서
노스림(North Rim)까지

투윕에서 노스 림까지는 차로 4시간 반이 걸린다. 직선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길이 없어 아주 많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스 림에서 노스 림이 직선으로는 10마일 밖에 되지 않지만 4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런 험한 길을 몇 번 지나야 한다. 젖어 있어도 바씩 말라있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먼지 길로 한참 나오는데 뒤에서 더 많은 먼지를 일으키며 나오는 차가 있어 차를 세웠다. 우리를 도와준 오웬과 짐 부부다. 인사도 못하고 떠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만나게 되어 다행이었다. 아내의 생일인데 우리를 도와주느라 해 지는 것도 못 본 것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던 돈을 주며 시내에 가서 점심이라도 사 먹으라고 했다. 받지 않겠다고 몇 번 사양하더니 우리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받아 주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 불운이 행운이 된 것에 나도 기뻤다.

길은 2013년 9월에 왔을 때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애리조나는 여름에 몬순기후처럼 잠시 비가 내려 가을이면 야생화도 피고 아름답다. 이번에는 가물어서인지 야생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프리도니아(Fridonia)에 나와  고생한 우리 차를 정성껏 닦아주었다. 한 싸이클로는 다 닦아지지 않아  두 번을 해야 했다.

89번 길에서 노스 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제이콥스 레이크에서 1 갤론에 6불 80전짜리 가솔린을 채웠다. 이 여행 중 가장 비싼 집이었다.  투입에서 샐리가 알려 준 식당에 들어가 점심도 먹고 그녀가 추천한 그 집의 명물이라는 아몬드 쿠키도 6개 샀다.

89번 길에서 노스 림으로 가는 길은 내가 참 좋아하는 길이다.


예전에는 소나무가 울창했었다.

2006년 처음 왔을 때 불난 직후라 그때까지도 연기가 나고 있었다. 나무들은 불에 타 죽어서도 몇 년을 서서 버티었다.

10년 넘게 서서 버티던 나무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 자리에 애스펜(Aspen) 들이 맹렬하게 자라나고 있다.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걸 내 눈으로 본다. 애스펜이 어느 정도 자라 그늘을 만들어 주면 솔방울이 싹을 띄워 소나무가 자라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애스펜의 세상이다.

차를 세우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 보니 불에 타 죽은 나무 아래서 야생화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노스 림에 도착했다.  


메인 로비에서 체크인하고 방에 갔는데 방 준비가 안 돼 있다. 요즘 일하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 방 앞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들어갔다. 

온 몸에 뒤집어쓴 먼지와 땀을  씻어내고  하얀 침대에 누우니 지난 이틀 있었던 일들이 영화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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