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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Sep 03. 2023

노스림(North Rim)에 해가진다



한여름에 여행을 하면  해가 길어 좋다.

투윕의 흙먼지를 다 씻어내고 오랜만에 편안한 침대에 누워 좀 쉰 후에 해 지는 걸 보러 케이프 로열(Cape Royal)로 갔다. 숙소에서 차로 45분 정도 가야 한다. 그랜드 캐니언에 올 때마다  해가 지는 걸 어디 가서 볼까 고민하게 된다. 포인트가 여러 곳 있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노스 림에서는 케이프 로열이 가장 인기가 있다. 케이프 로열 주차장에 가서도 웨딩 사이트 쪽으로 가서 클리프 스프링으로 갈까, 엔젤스 윈도에 있을까 케이프 로열 끝까지 갈까 망설인다. 몸은 한 군데밖에 갈 수 없다.

이번에는 케이프 로열에서 지는 해를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와서 자리를 잡고 해 지기를 기다렸다.  간단하게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저녁을 먹으며 지는 해를 보러 여기까지 온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렸다. 독일에서 온 사람,프랑스에서 온 사람 뉴욕에서 온 사람,,, 맨 처음 말이 주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주차장에서 조지아 번호판을 보았는데 바로 너로구나..' 하며 반가워하는 또 다른 조지아 사람을 만났다.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 없고 꼭 껴안고 둘이만 속삭이는 커플도 있다. 사진기를 삼각대 위에 세워놓고 앉아 자기 앞에 아무도 서지 못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생긴 것은 다 다르지만 목적은 다 한 가지, 해가 지면서 이  거대한 캐년을 얼마나  화려하게 만드는지 보기 위해서다. 





전망대에 철책이 있다.

처음에 한 사람이 슬쩍 넘어가 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서로 쳐다보다 하나 둘 슬그머니 넘어갔다.

나도 넘어갔다.

절벽 끝에 작은 꽃이 가까이 보였다.

아주 작아 철책 저쪽에서는 보이지 않던 꽃이다.


이렇게 해가 졌다.



그랜드 캐년 노스 림이 어둠에 잠긴다.

케이프 로열로 오길 잘했다. 

전날 투윕에서 못 본 석양을 여기 와서 보았다. 지난 3일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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