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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28. 2024

남미여행을 하려면 각오해야 할 것


마추픽추를 포함한 페루의 3박 4일 여행은 메르세데스라는 현지 여인이 맡아서 해 주었다.


첫날 쿠스코 공항에 나와서 우리를 픽업해 카사 데 마마까지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베테랑인지, 얼마나 쿠스코에서 신용 있고 믿을 만한 사람인지 열심히 말했다. 우리가 2박만 하겠다고 했음에도 부득부득 3박은 해야 한다고 하는 걸로 봐서  케사다 마마의 실제 주인 아니면 친척인 것 같았다. 어차피 나는 스페인 어를 못해 모든 것을 카리나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으니  그냥 따르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마추픽추를 보고 내려와 밤 버스를 타고 티티카카 호수를 향해 가는 것이었다.

마추픽추를 보고 아구아 칼리엔테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소나기가 내려 돌아다닐 수가 없어  카리나와 스테파니는 맥주를 마시며 당구를 치고 싶다고 했다. 근처에 야외 온천이 있다고 하나 빗속에서 무슨 맛으로?  눈 속이라면 모를까... 그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메르세데스에게서 받은 기차표를 자세히 보니  아구아 칼리엔테에서 밤 9시 20분에 기차를 타기로 되어있다. 다섯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할 일이 없어 기념품가게를 돌다가 대합실로 가서 기다렸다.



자세히 본 뒤에 더욱 놀란 건 우리가 기차로 쿠스코까지 가는 것이 아니고 오얀타이탐보에서 내려 버스로 쿠스코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밤 기차는 천천히 달려 밤 11시 45분에 우리를 오얀타이탐보 역에 내려놓았다. 

역 앞에는 버스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 버스마다 데리고 가야 할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복잡한 중에 다행히 우리 이름을 들고 있는 사람을 만나 그를 따라갔다.

각 버스마다 태워야 할 사람을 다 태우고 난 후에 예약이 안되어 있는 사람들을 태웠다.

우리를 태운 차가  맨 마지막에 떠나려고 하는데  젊은 여자가 올라탔다.

차는 험하게 달리기 시작하고 내 옆에 앉은 그 젊은 여인은 훌쩍훌쩍 운다. 조금 진정한 후에 나에게 스페인어로 무어라 말을 거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가 못 알아듣는 것을 눈치채고는 영어로 한다. 칠레에서 왔는데 자기가 예약한 버스가 가 버렸다고.. 

아마 여행사와 버스 사이에 연락이 잘못되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도 버스표가 없었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니 우리는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다.


버스 운전사는 당신은 우리 버스에 돈을 내지 않았으니 일단 돈을 내고 당신이 예약한 여행사에 가서 돈을 돌려받으라 했다.

그 여자는 옷 깊은 곳에서 잘 접어진 돈을 내고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운전사는 휴지 같은 종이에 연필로 영수증을 써 주었다.

남의 일처럼 구경했던 일이 나중에 갈라파고스에서 배를 탈 때 우리에게도 일어났다.


내가 예약한 것이 아니라 간섭하는 것 같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혹시 몰라 사진으로 찍어 논 이 메일이 있어 찬찬히 다시 읽어 보았다.



나는 일인당 265달라면 당연히  왕복 기차표를 쿠스코에서 마추픽추 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차는 3분의 1만 태워주고 나머지 구간은 버스를 타게 했다.  

그리고 우리 일행 여섯 명 만을 위해 전문 가이드를 보내 준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페루의  기차값은 대단히 비싸고 버스값은 대단히 싸다 


남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후일 담을 할 때 주로 많은 내용은 

비행기에서 짐 잃어버리는 것,

비행기의 연착과 연발, 예약을 했는데도 자리가 없다고 안 태워 주는 일... 등이다. 







지금 구글에서는 67.4Km  1시간 4분이면 간다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산을 넘는 험한 길이라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길이 험하고 운전도 험해 피곤하지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창밖에는 별이 총총했다.

새벽 두 시 반 쿠스코에 도착해 숙소에 도착했다. 무사히 도착한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 보다도 마추픽추를 보았으니 그만하면 되었다.

세 시간 자고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7시에 티티카카호를 향해 떠나야 한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이 닦고 세수하고 

잠을 청하려고 누었는데 난방시설이 없는 카사 델 마마는 여전히  너무 추워 젖은 솜처럼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남미 여행 중에는 언제 라도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비상시에 대비해야 한다. 화를 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마추픽추도 티티카카호수도 우유니소금사막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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