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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29. 2024

비라코차 신전에서 만난 아이


아침 일찍 카사 데마 마의 옥탑방에 올라가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7시에 대절한  미니밴을 타고 티티카카 호수를 향해 남쪽으로 간다.

2시간쯤 가서 들어간 마을이 라크치(Raqchi)였다. 

이 마을은 위치적으로는 칠레와 볼리비아에서 잉카의 수도 쿠스코로 가는 관문으로   수도를 방어하고,

종교적인  제사도 지내고, 여행자들에게 숙소도 제공했던 중요한 도시였다.

옛날 아주 옛날, 이 마을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고 괴롭혔다.

사람들이 그에게 돌을 던지자 하늘에서 불덩어리들이 날아왔다. 사람들이 무서워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자기가 태양신의 아들 비라코챠임을 밝히고 사람들을 용서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가 서있던 자리에 신전을 만들고 제물을 바쳤다.  

그 후 이 마을을 지나던 임금이 작은 신전을 보고 연유를 물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더 크고 훌륭하게 신전을 지으라고 명령했다. 



 

92미터의 길이와 25.5미터의 폭의 이 건축물은 잉카시대 가장 큰 단독 건물이었다고 한다. 잉카의 돌축대 위에 진흙벽으로 세워진 신전은 스페인 침략 후 폐허가 되었다.   


신전 뒤에는 8개의 숙소로 쓰였던 집들과  220개의 원형으로 된 창고가 있다   

   이 돌멩이들이 옛날 이방인을 괴롭힐 때 하늘에서  날아온  불덩어리다.  

신전 문 사이로  이 마을의 성당이 보였다.    

성당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갔다. 


남미의 성당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여기도 성모 마리아가 정면에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원주민들은 성모를 그들이 오래전부터 믿던 땅의 여신 파차마마를 모시 듯한다.  


성당 앞에 기념품 파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순진해 보이는 아가씨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수줍게 웃으며 그러라고 한다.

쿠스코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돈을 달라고 하는데 여긴 시골이라서 그런지 상냥하게 웃어주기만 했다. 


할머니가 다가온다.

사진을 찍으니 돈을 달라고 한다... 시골사람이라고 다 같지는 않구나.  

엄마가 노점에 물건을 벌려놓는 사이 아이는 혼자서 논다. 

처음에는 서먹해하더니   

조금씩 마음을 연다.  

활짝 웃는다.  

더 활짝 웃는다. 나와 다른사람을  배척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아직 배우지 않았다.

 이방인에게도 마음을 열어주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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