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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30. 2024

하늘 아래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


라크 치를  출발해 네 시간쯤 달렸다.

여행객들이 잠시 내려 쉬고 싶을 만한 곳에는 기념품 장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색과 자연의 색이 잘 어울린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갈수록 하늘색은 더 파래진다.  


바다처럼 넓은 티티카카 호수에 도착했다.

해발 3810미터,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다.

우리가 대절한 차의 운전사가 자기 친구 중에 배를 가지고 우로스 섬을 운항하는데 우리만 단독으로 싸게 해 줄 테니 어떻겠냐고 물었다.  

휴대전화로 연락하니 바로 나타났다.

선장과 그의 아내, 아들이 같이 사는 집이자 영업용 보트이다. 이걸 얻어 타고  구경하는 거다.   

여자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알파카 실을 뽑았다.  

부지런한 아내 덕분인지 배 안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우로스 사람들은 저 토토라 갈대로 집도 만들고 배도 만들고 밑둥이의 하얀 부분은 먹기도 한다.

섬은 대부분 1~2미터의 갈대로 덮여있다.

물속의 갈대는 계속 썩고 사람들은 새 갈대를 위에 계속 덮는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톨게이트도 갈대섬이다.  

걸어 다니면 꿀렁꿀렁한다.  


오는 길에   점심을 못 먹어 이 섬안의 식당에서 여기서  잡은 Trout를 먹기로 했다.

안 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사람들은 이 물로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다 한다..

그래도 다행히 배탈이 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집안일을 거든다.

학교나 유치원을 다니는 것 같지도 않다. 

 섬에 도착해 손님을 내려놓고  능숙한 솜씨로 섬으로부터  배를 떼어 놓는다.


이 아이는 갈대로 만든 뚝을 배로 밀어 원을 만들었다. 

배를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며 힘이 드는지 윗도리도 벗어던지고 일을 했다.

혹시 자기네 식당에서 파는 트라우트가 그 안에 있지 않을까? 

참을성 있게 오래오래 일을 마친 후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여자아이들은 동생을 돌본다. 

어린 동생이 일을 저질렀나 보다.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를 감싼다.  

우리가 탄 배에서 오후 한나절 같이 보낸 하비에르, 

엄마 아빠가 일을 하는 동안 한 번도 귀찮게 하지 않고 혼자서 놀았다. 

물병을 가지고도 한참,  

지푸라기 하나 가지고도 한참, 

하비에르가 그림을 그렸다.

엄마, 아빠, 그리고 하비에르 

온 식구가 행복해 보인다.

나무가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둥둥섬이 아닌 육지인 것 같다.

내가 달라고 하니 선선히 내게 준다.

이번 여행의 가장 좋은 기념품이다.


다시 배를 타고 여러 개의 섬을 돌아보았다.  

1997년에 2000명이던 섬사람들이  많이 육지로 떠나버려 지금은  수백 명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자기들이 사는 모습을 인형과 모형으로 만들어 설명해 준다.

태양열로 전기도 켜고  TV도 본다.  

그들의 아궁이는 취사는 되지만 난방은 안된다.

 그들은 추위를 타지 않아 난방이 전혀 안 되는 이 섬에서 난방이 없이도 잘 살아가기 때문에 

우로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검은 피를 가졌다고 말한다. 

해가 기울어 가며 기온이 뚝뚝 떨어져 배 안으로 들어가야 할 만큼 추웠다.


81 가구가 사는데 그중 47 가구만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비공개로 살아간다. 

어느 집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춤을 추며 파티를 한다.  

대문이 예쁜 집.

조그만 섬이 집이 있고 아치 같은 것이 대문이다. 배는 대문 앞에 세워야 한다.  

집집마다 갈대로 만든 자가용 배가 있다.  

잉카시대보다 더 이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이 이 호수 안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었다는데 500년 전쯤 전부터 그 언어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갈대가 우거진 호수에 어둠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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