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LA공항, 엘 살바도르에서는 급하게 비행기를 갈아타고 리마 공항에서는 새우잠을 자고 쿠스코에서 사흘을 지낸 후
새벽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무섭게 구는 국립공원 개표소에서 짐 검사를 하고 여권을 보여 주어야 했다.
담당 안내원을 만나 구경을 시작했으나 우리 그룹 만을 위해 영어로 설명해 줄 것이라는 약속과 다르게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스페인어로 설명해 주는 그룹이었다. 안내원에게 항의해 가이드도 바꾸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사진으로만 보던 마추픽추를 보는 순간
그동안의 고통은 눈 녹듯 사라졌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진한 초록의 산과 연한 초록의 땅
그 안에 아름답고 질서 있게 들어앉아 있는 도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다.
대단히 잘 계획된 이 공중도시를 세운 잉카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세 가지가 없다.
글, 쇠로 만든 도구, 바퀴 달린 것.
2천 년 전 진나라의 무덤에서 발견된 수레를 생각하면 지구의 반대편에는 정말 다른 문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 가지고 돌을 다듬어 저런 도시를 만들었다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도시의 북쪽에 있는 산 봉우리 위에도 사람이 보인다.
저곳은 후 아이나 피추인데 망루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루에 400명만 들여보내는데 내 체력으로는 보내 주어도 못 올라갈 것이다.
그곳에 올라가면 기가 막히게 전망이 좋다고 한다.
1911년 빙엄 교수가 올라가다 급 경사에서 가지를 놓쳐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한가운데 P자처럼 생긴 건물이 태양의 신전이다.
일 년 중 가장 해가 긴 6월 21일 이면 동쪽 창으로 뜨는 해가 가득 들어온다고 한다.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하얀 화강암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가운데 제일 높은 곳에는 Intihuatana Stone(해시계)가 있고
그 아랫사람들이 모인 곳은 성전과 세 개의 창이 있는 사원이다.
큰 바위를 통째로 깎아 만든 해 시계.
빙엄이 이름 붙인 세 개의 창이 있는 신전
신전과 왕이 머물던 곳은 일반인들의 집을 지은 돌과 다르다.
이 도시는 몇 개의 단지로 구분되어 있다.
집이나 방에는 잠그는 문이 없지만 단지를 구분하는 대문은 잠금장치가 있다.
밧줄을 묶었을 것이라는 돌 막대가 여러 개 있다.
마추픽추는 도시 전체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 년 중 7개월 동안 많은 비가 내리는 이곳이 500년 넘게 무너지지 않은 것은 바로 이 계단들과 하수도 덕분이다.건축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거의 100년이 걸렸는데 그중 50년 이상을 기초를 다지는데 보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땅 밑 3미터를 파면 1미터는 흙, 1미터는 모래와 작은 자갈, 맨 아래 1미터는 채석장에서 깨고 남은 돌들을 깔아 비가 내려도 물이 잘 스며들어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가도록 했다.
500년 동안 왜 산사태가 나지 않았는지 알겠다.
산의 3면이 계단식 경작지이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경탄하는 것은 그들이 만든 800미터가 넘는 수로이다.
도시 안에 우물이 16개가 있는데 그것들을 절묘하게 연결시켜 자연 수압으로 일분에 6~30 갈론의 물이 흐르게 했다.
1000미터가 넘는 고도의 차이로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경작물이 다를 수도 있다.
잉카의 문이나 창문은 위가 좁고 아래는 넓다.
문은 언덕 쪽을 향하고 창은 바깥쪽을 향해 보아야 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은 지역을 구분해 왕의 지역, 공주지역, 사제 지역.. 등으로 구분한다.
그들의 돌을 다루는 실력은 우리가 밀가루 반죽을 다루는 정도인 것 같은데
신기한 것은 수많은 돌들에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조각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조각은 없어도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예일대학의 빙엄 교수가 1911년 탐험대와 같이 현지 농부의 안내를 받아 이곳에 왔을 때 이곳은 나무덩굴에 덮여있었다.
마치 앙코르와트처럼..
면도날 하나도 안 들어갈 만큼 빈틈이 없이 만들었는데 나뭇가지가 자라는 것은 막지 못했다.
돌집을 상하지 않고 나무를 제거하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그 후 모든 나무를 자르고
딱 한 그루 남겨 놓았다.
콘도르 날개처럼 생긴 바위 아래 콘도르의 부리를 조각해 놓았다.
카리나가 자신이 콘도르 인양 날갯짓을 해 보인다.
1450년 영원히 살 것처럼 세운 이 도시에 사람들은 100년도 살지 못하고 풀 수 없는 의문을 남긴 채 사라졌다.
현대의 과학으로도 상상만 할 뿐 이 도시를 왜 만들었고 왜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다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입구의 카페테리아에서 요기를 하고 나니 해가 나오고 무지개가 떴다.
내려가는 버스를 타는 곳에 사람들이 기다린다. 온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그 줄이 200미터 정도로 길었다
오랜 기다람 후에 버스를 타고 저 길을 내려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