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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Feb 05. 2024

옛날 우리 동네 같은 마찰라시장

 

마찰라는 에쿠아도르의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항구도시이다.

시내 한가운데 시장이 있고 버스정거장이 있고 

은행, 미장원, 웬만한 곳은 걸어 다니며 일을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시장이다.



나 어릴 때 엄마는 날마다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서 시장에 갔다. 엄마가 가지 않는 날은  파 한 단 두부한모, 콩나물 등을 사 오라고  어린 나를 보냈다. 

그땐 싫었는데 마찰라의 시장에 오니 너무 정답고 좋았다. 

작은 일이지만 모처럼 내 의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나 할까.. 


 콩을 한 봉지 사다가 밥을 지었는데 우리나라 것과 맛이 똑같았다.

값도 쌌다.


배추, 파, 생강 마늘, 오이 고추 다 있어 사다가 김치와 오이지도 담갔다.


옥수수도 미국 것처럼 가지런하게 꽉 차있지 않고 엉성한데 더 맛있어 보인다.





됫박만 없지 옛날 우리 쌀집과 비슷하다. 여긴 무게로 판다.



남미는 어딜 가도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친숙한 풍경이다.




냉장시설도 없이 고기를 걸어 놓고 파는 푸줏간이다. 내장, 발, 껍데기.. 다 있다.

시간을 돌이켜 옛날 엄마가 고기 반 근 사 오라고 하던 나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다.




호루스 호텔의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희한하게도 실내 장식이 모두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신들과  신전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번 남미에서 가장 많이 먹은 "아히 데 가지나"는 닭백숙과 비슷하다 



시내를 마음 놓고 걸어 다녔는데 카리나가 조심하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숙소 앞에 내려 주며 안전하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야 떠났다.

집집마다 창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심을 좀 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찰라에서 볼리바항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잠벨리 섬(Jambeli island)으로 나들이를 갔다.

여긴 아직도 버스비를 기사에게 낸다.

운전하면서도 정확하게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어준다. 

버스값은 25전, 무척 싸다.

하긴 택시를 타도 웬만한 곳은 1불 아니면 2불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생각하니 옛날 중학교 시절 뚝섬 유원지에 친구와 놀러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동대문까지 전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작은 기차를 갈아타고 뚝섬을 갔었다. 

파란 성당이 있는 정거장에서 내려 항구로 걸었다.  

조그만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뱃시간은 없다 

사람이 다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난다.  

소풍 가는 가족들로 꽉 찼다. 

아이들을 상대로 조잡한 장난감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배가 떠났다.

북아메리카로 바나나를 실어 나르는 델 몬테 배가 부두에 정착해 있다.

이 동네는 세계에서 바나나가 제일 많이 나는 곳이다.  

조그만 풍선을 훅~ 불었다가 입을 떼면 픽~~ 소리가 난다.

우리 어렸을 때도 팔강, 노랑 깃털이 달린 저런 장난감이 있었다.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재미있지만 주위 사람에게는 그 소리가 상당히 거슬리는 물건이다.   

이제는 마음이 너그러워진 건지 

그 소리가 더 이상 거슬리지 않는다.  


섬에 도착해 바닷가를 걸었다.

태평양이다.  

두루미들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너희들도 바다 건너에서 왔니?  

알록달록한 파라솔 밑에서 가족끼리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사람이 가장 많은 집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해물 볶음밥, 새우, 오징어튀김.   

그리고 남미의 대표음식 "세비체"

세비체는 물회처럼 생 오징어와 해산물, 그리고 야채가 들어간 냉채 같은 음식이다.

미국에서 음식을 시키면 감자튀김이 딸려 나오듯 

여기서는 바나나 비슷한 야채를 굽거나 튀겨 나온다. 

음식에 대한 예의로 몇 숟갈 먹었는데 

손을 씻으러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가 주방을 보고 나니 영 속이 안 좋았다.

안 보았으면 좋았을 걸.. 며칠 동안 배탈로 고생 좀 했다.  

1950년대 우리나라로 시간여행을 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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