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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증인

잃어버린 왕조의 위엄

by 질경이

젊었을 때 나는 고궁이나 남산, 창경원은 시골 사람들이나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교육을 잘 못 받은 건지 그 당시 사회가 그랬는지 몰라도 얼마나 모자라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요즈음 열심히 반성 중이다.

1958년 스무 살을 갓 넘긴 존 오하라는 시간 날 때면 몇 번이고 경복궁, 덕수궁, 비원들을 찾아다녔다.

자기 나라에는 없는 오랜 역사의 유물들에 반해 젊은 시절의 그 귀한 시간을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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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그 당시는 비원) 도봉산과 북악산에 있는 사찰 등을 찍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경복궁이라고 했다.

그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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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4월, 오후 2시경 맑음

카메라 Rolleiflex 2-8 E

1/125 초

F 22

"잃어버린 왕조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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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없는 도장도 만들어 찍었다


향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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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과 인왕산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경복궁의 경회루와 근정전, 향원정은 우리나라 궁의 아름다움을 대표할 만하다

궁을 지키는 돌짐승을 그는 역사의 증인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 돌짐승은 참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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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증인"

1958년 5월 오전 11시경




6fe2bc1b4e15ac60ccaa64e169d38dbf04c09c35 덕수궁에서

장난꾸러기 같은 이 청년은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귀히 여겨 찾아다녔는데

나는 저 나이 때 다방에 앉아 미국 유행가나 듣고 미국 영화만 보러 다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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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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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8월 4일 오후 4시경 그는 이곳이 미아리 뒷산,

비 오고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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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직 후 돌보는 사람 없이 숲에 묻혀 있는 저 잘 생긴 돌부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 사진의 뒤에는 경무대 뒷산이라고 쓰여 있다.

어떤 미국 청년은 20대에 우리의 아름다움을 알았고

나는 이제야 우리의 아름다움을 사무치게 느끼며 나의 어리석었던 것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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