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번개여행
자그레브로 돌아가기 전에 보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있었다. 팔마노바(Palmanova)라는 별 모양의 도시다.
1593년 베니스 공화국이 이 지역을 통치할 때 동쪽에서는 투르크가 북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침략해 오고 있었다. 시기 적으로 르네상스 문화가 싹틀 때다. 군사전략가가 설계해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도시를 꿈 꾸며 방어를 위해 이 도시를 만들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런 형태,
안타깝게도 높이 올라가서 별 모양의 도시를 내려다볼 수는 없었다.
이상향의 첫째 목표는 "평등" 그리고 적들로부터의 "안전".이다.
9 각형의 성은 세 겹의 성벽으로 둘러 쌓여있고 아홉 개의 망루가 있다.
도시의 중심에는 거미줄처럼 길이 나 있다.
도시 한가운데 뾰족탑, 그리고 성당.
뜻은 좋았는데 도시를 만들어 놓고 농민, 상업인, 군인 등 이주민을 기다려도 선뜻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없어 나중에는 범죄자들을 강제로 데려다 살게 했다. 이상향이나 평등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이제 이탈리아를 떠나 슬로베니아를 관통해 자그레브로 돌아간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 입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통행료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그냥 통과하며 참 좋은 나라라고 좋아라 했다.
슬로베니아를 횡단하며 그냥 지나가기가 섭섭하여 기름도 넣고
브레지체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메뉴를 주는데 무슨 소리인지 알 길이 없다. 식당 안의 사람들은 우리를 흘금흘금 보고 우리는 그 사람들이 무얼 먹나 흘금흘금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있는 걸로 달라고 주문했다.
브레지체 마을을 잠시 걸어 다니며 구경하고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슬로베니아를 빠져나오려는데 엄하게 생긴 경찰관이 우리를 세우고 잠시 보자고 한다.
왜요?
"통행 스티커 어디 있지요?"
"그런 거 있어야 하나요?"
외국차가 통행료를 안 냈으니 150유로 벌금을 내야 한다며 티켓을 발부하려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데요? 통행료를 받는 곳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냈어야 한단다.
통행료 내는 곳이 있었으면 우리가 내고 왔지 어찌 그냥 왔겠느냐고 아무리 얘기해도 막무가내다.
그리고 통행료를 지금 내면 되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우리가 왜 벌금을 내야 하느냐고 항변..
경찰 왈..
"당신들은 우리나라 도로를 훔쳤소"
이제는 태도를 바꾸어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을 해 보았다
"우리는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 얘요. 낼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는데 여행비도 거의 다 쓰고 현찰 남은 것도 조금밖에 없어요." 한참 생각하던 그 친구 선심 쓰듯
"그럼 저 사무실에 들어가 통행권을 사시오" 사무실에 들어가 통행권을 샀다.
일주일 통행료 15유로. 10분의 1로 해결됐다.
그럼 135유로 번 건가???
자그레브에 도착해 첫날 머물렀던 이카르 하우스를 갔다. 우리를 본 주인이 당황하며 방이 없다고 하더니 한 시간만 시간을 주면 자기 방을 치워주겠다고 했다.
렌터카 돌려주러 간 곳에서 첫날 친절했던 친구를 만나 좋은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생선? 고기? 하더니 아예 식당까지 데려다주었다.
문어 샐러드와 생선구이
그리고 맥주 한잔 크로아티아 번개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보냈다.
저녁 먹고 이카르에 전화하니 주인집 네 식구가 우릴 데릴러왔다.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긴 여행의 마지막 날이 지나갔다
전화 한 통화로 번개처럼 시작한 크로아티아 여행은 다른 유럽국가와 많이 달랐다. 어딜 가나 친절했고 어마어마한 유적지가 있지는 않아도 플리체비트 국립공원이나 크르카 국립공원 같은 잘 보전된 자연이 있어 좋았고
스플리트나 자다르, 풀라의 2천 년 로마 유적지도 상대적으로 조용해서 다니기 좋았다. 크로아티아만 보고 가게 될 줄 알았는데 덤으로 이탈리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범죄자가 될뻔했던 슬로베니아까지 여러 나라를 살짝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