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륙횡단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때보다 먹을 것은 줄였는데 잠을 편하게 자기 위한 짐이 늘었다. 그리고 처방약들을 챙겨야 했다. 우리 부부의 나이를 합하면 149세다.
애틀랜타 시내에 있는 딸 집을 나와 약국에서 약을 찾고 북쪽을 향했다. 85번, 985번, 441번을 따라가 스모키 마운튼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비지터 센터에 들어가 레인저에게 물으니 캠핑장에 자리가 없을 거라고 했다. 전날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 자리가 있었다. 하룻만에 다 없어질 것 같지 않았는데 의아해 일단 스모크몬트 캠핑장을 가 보기로 했다. 자리는 많이 남아 있었다. 다시 비지터센터로 가서 그 안내원에게 왜 없다고 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강가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이번에 새로 산 텐트는 좀 우스꽝스럽게 생겼다. 그래도 텐트 치기가 쉽고 서서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텐트를 쳐 놓고 테네시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경계선이 있는 뉴 파운드 갭까지 올라가 산 아래를 보았다. 애팔라치안 트레일이 지나는 곳이다. 몇 년 전에 와서 약 5마일 정도 걸었는데 이번에는 눈으로 입구만 보고 내려왔다. 체로키 주유소에 가서 얼음과 장작을 사가지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불을 지피고 간단한 저녁을 해 먹는데 여우(Grey Fox)가 바로 옆까지 왔다. 우리 주변을 돌다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슬그머니 사라졌다.
잠들 무렵 비가 오기 시작했다. 새 텐트라서 비가 새지는 않을 것이다. 전에는 바닥에 메트를 깔고 잤었는데 이번에는 야전 침대를 사 와 그 위에서 잔다. 혹시 물이 들어와도 젖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텐트에 부딪치는 빗소리를 들으며 여행 첫날 잠을 청했다.
둘째 날 아침 텐트 안에서 커피를 끓여 마시고 누룽지를 끓여 따뜻한 아침을 먹었다. 젖은 텐트를 걷어 싣고 캠핑장을 나섰다. 이번 여행은 정해진 목적지도 없고 정해진 시간도 없다. 천천히 길을 따라가다가 마음에 드는 캠핑장이 있으면 들어가 하룻밤 머물고 또 무작정 가기로 했다. 스모키 마운튼에서 시작하는 블루릿지 파크웨이로 들어섰다.
스모키 마운튼에서 쉐난도어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열손 안에 꼽히는 길이다. 600마일이 넘는데 신호등이 없고 상업지역이 없고 트럭이 다니지 않아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이 길로 버지니아주에 있는 쉐난도어 국립공원까지 갈까 생각하고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달리는데 길을 막았다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허리케인 헬렌으로 길이 무너져 내렸는데 아직도 복구가 끝나지 않은 거다.
불루리지 파크웨이에서 경사가 급한 길로 내려와 40번 고속도로를 조금 달리다 캔톤에 있는 블랙베어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골 카페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웨이트리스와 농담을 주고받다 말을 멈추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그런 광경에 익숙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루벤샌드위치와 피시 앤 칩을 주문해 먹었다. 양이 어마어마해 먹고 남은 걸 박스에 담아 달래서 들고 나왔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검색하니 피스가 마운튼 캠핑장에 자리가 있다는 국립공원 웹사이트를 보고 다시 블루릿지 파크웨이로 올라갔다.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올라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Close"라는 사인이 앞을 가로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립공원 관리인들을 감원하더니 국립공원 관리가 안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Sun Burst Fall 근처는 처참하게 무너져있고 복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국립공원의 장래가 어찌 될지 두려웠다. 블루릿지 파크웨이는 국립공원에서 관리한다. 30년 전 왔을 때 우리 아들이 미끄럼을 타고 놀았던 슬리이딩 락(Sliding Rock)을 지나고 화장실을 찾으니 화장실도 "Close" 다. 구글 맵을 보고 찾아 간 데이빗슨 리버(Davidson River) 캠핑장이 열려있다. 자리 잡고 텐트 치고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