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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Oct 27. 2020

알래스카에 모래사막이?

코벅밸리 국립공원

몸이 좀 피곤한 날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나며 내가 지금 어디 있지.. 하거나

달리는 차에서 잠시 눈을 부치고 깨어나며 여기가 어디지.. 할 때가 있다.

이 날은 분명 잠이 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낯선 곳에 와 있는 경험을 했다.


날씨는 더 할 수 없이 좋았다.

한번 포기했던 일을 다시 시도한다는 설렘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발판도 없는 작은 비행기를 겨우 올라 타 아래를 내려다본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일을 시도하다니...

굽이굽이 흐르는 강.

사람들이 편히 살기 위해 이리 막고 저리 막아 강의 모습이 더 이상 자유롭지 않은 곳들도 있는데 

이 강은 참 자유롭게 제 멋대로 흐른다.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은 순수한 강의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산불이 나고 있었다.

베틀스에 상주하는 소방관은 모든 산불을 상태만 파악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산불은 그냥 두어 

자연(Mother Nature)이 하는 일은 자연이 해결하도록 기다린다고 했다.



북극권에 들어있는 알래스카의 가장 북쪽의 경치가 내가 생각하던 것 아니었다.

여긴 너무 춥고 지구에서 가장 건조해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부룩스 산맥 산 위에 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12000년 전 알래스카와 아시아가 빙하로 다리처럼 연결되어 있을 때 여긴 시베리아 벌판과 비슷했다고 한다.

들소와 매머드가 저 벌판을 헤매고 그것들을 사냥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미 대륙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이 살았다.

9000년 전 부터기후가 변하고 바다의 수위가 올라가 아시아와 알래스카를 이어주던 육로는 물에 잠겼다.

 기후가 변하니 나무들이 옮겨오고  그걸 따라서 무스와 카리부가 왔다고 한다. 아시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불을 피웠던 자리, 타다 만 동물의 뼈, 짐승을 잡던 연장들이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근처에서 지난 8000년 동안 살았던 서로다른 아홉 개의 문명을 찾아냈다고 한다. 

한순간 내 아래 경치가 갑자기 바뀌었다.

여기가 어디지?


알래스카에 웬 모래사막? 조종사가 잘못해서 사하라 사막으로 왔나?



비행기가 사막에 내렸다.

33000년 전 산 위에서 날아온 모래들이 만든 사막이다.

 가장 깊은 곳은 모래의 깊이가 20피트(7미터) 정도라고 한다.



사람의 발자국 하나 없다.

걸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다.



여기는 코벅벨리 , 나의 53번째 국립공원.


알래스카의 모래사막에 곧 사라져 버릴 작은 점 하나 찍어놓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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