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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Oct 16. 2020

목욕시켜주는 국립공원

핫 스프링 국립공원

미국, 캐나다를 여행하다 보면 의외로 온천이 많이 있다. 대부분 야외 수영장처럼 되어있거나 실내 수영장의 모습이다. 여기는 국가기관인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유일한 온천탕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 아칸소주의 리틀락( Little Rock)에서 한 시간 남서쪽으로 가면 만나는 이 온천은 4000년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는 인디언들을 치료해 주는 영험한 물로 알려졌을 것이다. 1700년에서 1800년 까지는 이 부근에 살던 원주민뿐 아니라 먼 곳에서도 치유의 샘을 찾아 이 곳에 모여들었던 것으로 되어있다.


화씨 143도(섭씨 62도)의  뜨거운 물이  47개의 물줄기에서 하루에 85만 갤런씩 넘쳐 나오고

그중 70만 갈론을 이 국립공원 안에서 사용한다.

1921년 정식으로 1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벅스태프 온천


한동안 문을 닫았다 다시 연  쿠아포온천
화려한 온천장 '포다이스(Fordyce)'는 지금 국립공원 안내소가 되었다.


이 국립공원에는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목욕탕들이 한 줄로 서있다.

옛날에는 이렇게 많고 화려한 온천들이 성업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쿠아포"와 "벅스터프"만 영업을 하고 있다.


전날 예약한 대로 첫 번째로 입장했다.

원래 있던 목욕탕에 불이 나서  현대식으로 지은 Buckstaff Baths.

의학이 발전하면서  온천의 인기가  떨어지자 온천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았으나

이 곳만 1912년부터 지금까지 전통을 지키며 운영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사진이 허용된다.

    

                                               

그 시절  1회 2불 30전 , 지금은  보통 64불  딜럭스 76불


평생 한번 하는데 딜럭스로 하기로 했다. 담당자가 옛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탈의실로 안내해준다. 

옛날 전통 그대로 한시간 반동안 대충 이런 과정을 거친다.

탕 안은 우리나라처럼 커다란 공동 욕조가 아니고 일인용 욕조가 여러 개 있고 그 사이마다 커튼이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원래 화씨 143도인 물을  100도로 내려 욕조에 채우고 욕조에서 나오면 물을 뺀다.

목만 내놓고 앉아있는 일인 용 스팀 통에도 들어가고 온몸은  뜨거운 스팀타월로  감싸고 얼굴은 차가운 수건으로 덮어 주기도 하고 그 사이사이에 온천수도 마시게 해 주었다. 20분간 전신 마사지도 해주고

마지막으로 따끈한 파라핀에 손을 담갔다가 파라핀이 굳은 후 스팀타월로 닦아주는 것까지 한 시간 반 동안 국가가 관리하는 미국 국립공원 안에서 해본 내 생전 가장 비싸고 특별한 목욕이었다.

국립공원이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미국의 국립공원을 모두 경험하기로 했기에 큰 맘먹고 강행했다.  수치심이 일지 않도록 움직일 때마다 몸을 가려주고 얼굴을 돌리는 배려를 해 주어도 조금은 불편했다. 



한때는 대통령들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와서 즐겼고 유명한 운동선수들도 즐겨 찾던 곳이다.



1804년 나폴레옹으로부터  땅을 구입한 미국 정부가 땅 조사를 할 때 이 온천이 세상에 알려지자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몰려와 온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온천물이 흐르는 바위 위나 개울 위에 텐트나 나무로 목욕탕을  지어 불도 자주 나고 무너지기도 하자 정부에서 최초로 지금의 국립공원의 개념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그와 동시에 이곳에 살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은

눈물의 길(Trails of Tears)을 따라  눈물을 흘리며 오클라호마로 쫓겨갔다.

 국립공원 안내소를 돌아보는데  전시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흑인 차별이 유난히 심했던 아칸소주다. 흑인 분리정책으로 1964년 법으로 허용될 때까지 흑인들은 여기서 일하면서도 이곳을 이용할 수 없었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다니면 미국의 역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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