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

디날리 국립공원

by 질경이

이 공원이 191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때는 맥킨리 국립공원(Mount McKinley National Park)이었다.

북미대륙에서 가장 높은 맥킨리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 공원의 크기도 3배로 넓히고 이름도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아타바스칸(Athabascan ) 원주민들이 부르던 디날리 (Denali)로 부르기로 했다. 디날리는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만천 년 전부터 이 공원 안에서 사냥을 한 흔적이 84곳이나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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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처음 갔을 때는 페어뱅크스까지 비행기로 가서 기차를 타고 디날리로 갔다.


8월 중순인데 눈이 왔다. 첫눈이라고 했다.

매사추세츠주 보다 더 넓은 6백만 에이커나 되지만 우리가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자연보호를 위해 개인 자동차는 별도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고 공원 안에 90마일 정도 만들어 놓은 길은 셔틀버스만 들어갈 수 있다. 그 90마일 중 15마일만 포장도로이고 나머지는 비 포장도로이다. 보호 구역답게 야생동물들도 많이 있었지만 가까이 갈 수가 없어 버스 안에서만 보아야 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야생동물을 보면 소리쳐서 알려 주었다.

"Dall Sheep이다"해서 보면 언덕 위에 하얀 점 하나 있었다. 굵은 뿔을 가진 산양의 일종인데 빨리 달리지 못하는 대신 가파른 언덕에 살며 자신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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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눈 속에 무스도 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RED FOX!"라고 소리쳐 자세히 보지도 않고 초점 맞출 시간도 없이 그냥 셔터를 눌렀는데

여우가 다람쥐를 물고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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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걸 보니 집에 먹여야 할 식구가 있나 보다..

다람쥐는 열량이 높아 겨울잠 들어가기 전 곰이나 여우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가을이면 그 수가 5분의 1로 줄어들 만큼 큰 짐승들한테 잡아 먹힌다.

어쩌겠나.. 그게 자연의 순리이고 먹이 사슬의 원칙인걸.

저 멀리 순록들도 보이고 짧은 알래스카 여름의 초록도 한창이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날씨도 나쁘고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곳만 본 것이 아쉬웠다.


시간이 좀 있어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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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쭉 가면 'In to the wild'의 젊은 청년이 자연 속에서 살아 보려다 살아남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버스가 있다고 했다. 며칠 동안 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 건너갈 수 없었다. 그가 건너오지 못한 강을 우리도 건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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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뱅크(Fairbanks)에서 슈워드(Seward)까지 이어주는 기차가 디날리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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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야 할 타키트나 칸이다.

기차 안이 추웠다. 승무원에게 난방을 왜 안 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갑자기 온도를 높이면 유리창에 성에가 끼어 경치를 보기가 나빠서 온도를 천천히 조금씩 올린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가방에서 가져 간 옷을 모두 꺼내 입고 덮으니 내가 보아도 불쌍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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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 돔 유리창이 뿌옇게 되면 닦기 힘들겠다.

내차를 운전해서 오지 않으면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곳을 볼 수가 없다. 첫 알래스카 여행을 마치며 내차로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4년 후 집에서부터 캐나다를 통과해 캠핑을 해 가며 알래스카로 향했다. 디날리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라고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길을 인도해 준다. 앵커리지에서 3번 길로 두 시간쯤 가니 디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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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6194미터 맥킨리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4년 전 왔을 때는 날이 흐려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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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날리 남쪽 전망대(South View Point)에서 본 맥킨리 산이다.

1903년부터 사람들이 오르기 시작해 1913년 Hudson Stack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고상돈 씨가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다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아스팔트 주차장이 바로 캠핑장이고 사람들도 많았다. 날도 환한데 북쪽으로 좀 더 가보기로 했다. Denali North View 캠핑장이라고 되어있어 들어갔는데 거기도 그냥 아스팔트 주차장이었다. 운치는 없지만 데날리 국립공원까지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아쉬운 대로 거기서 일박했다.

다음 날, 공원 안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차를 세워 놓고 트레일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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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걸으며 수많은 꽃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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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g Star

"Mouse Ear Chickweed"

수도자의 옷에 달린 모자 같아 "Monks hood"

Pink Plumes

Chiming Bell

Blue Bell

Prickly Saxifrage

Common Blue Bell (도라지꽃 같다)

알래스카의 겨울도 견디어 내는 작고 강한 꽃들이다.

서서 걸으면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 요렇게 예쁘다. 동전 만한 꽃 속에 있을 것은 다 있다. 이 작은 꽃을 피우는데 몇 년이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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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무스와 아기 무스가 급하게 어딜 가고 있다.

이곳의 곰이나 무스 같은 큰 동물들은 가울에 짝짓기를 해 봄에 아기를 낳고 여름 동안 보호해준다.


강 옆으로 난 길을 걸으니 정말 좋다. '여기 내 땅이야'라고 말하는 이도 없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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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국립공원을 가도 그들은 대부분 자연을 사랑하고 친절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여기서 일하기 힘들 것이다. 밝은 표정으로 무너진 길을 고치고 힘든 일을 하는 그들이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알래스카는 지난 20년간 평균온도가 섭씨 4도가 올라가고 여름이 길어졌다.

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키 큰 전나무들이 많이 늘어나고

키 작은 나무만 자라던 툰드라 지역에서도 점점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카리부가 좋아하는 천천히 자라는 키 작은 풀들이 사라지고

무스가 좋아하는 관목으로 변해가며 생태계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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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안내소에서 보여준 기록영화의 마지막 말이다.

땅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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