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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Nov 29. 2020

크고 황량한

빅 밴드(Big Bend) 국립공원

텍사스의 가장 남쪽, 멕시코와 국경에 있는 이 공원은 가장 가까운 도시 알파인(Alpine)에서 여기까지 76마일이다. 그 길에는 변변한 주유소도 가게도 없다고 했다. 공원에 가서 해 뜨는 걸 보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지만 공원까지 가지 못하고 길에서 해 뜨는 걸 보게 되었다.

빅 밴드 국립공원은 (Big Bend)은 텍사스(Texas) 덥다. 공원이 남한의 10분의 일  만큼 크고 강과 산과 사막이 황량하면서도 나름대로 잘 어우러져있다.



빅밴드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은 산타 엘레나 케년이다..

남쪽으로 흘러내리다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공원 남쪽 경계선 180마일을 흐르는 강의 왼쪽은 멕시코, 오른쪽은 미국이다. 200년 전에는 양쪽이 모두 멕시코 땅이었다. 

멕시코 쪽 절벽을 비치는 리오그란데강이 조용히 흐른다..

 오른쪽 절벽 밑을 걸었다. 길은 곧 끝이 났다. 

이 국립공원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풀 한 포기 날 것 같지 않은 사막에도 풀은 자라고.


사막의 바위에 비가 내려 수직으로  깎아내린 흔적이 있다,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뜨거운 사막이지만 고도가 높아 피뇬소나무와 주니퍼가 있고 60종에 달하는 선인장들이 있다. Sotol Vista, 소톨 이라는 날카로운 이빨이 붙어있는 선인장들이 공원 전역에 있다.

3천5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솟아 오른 미국 최남단의 치소스산맥, 산맥 하나가 통째로 이 공원 안에 있다. 

공원을 관통하는 큰길을 제외하면 포장이 되지 않은 길이 대부분이다.

비가 오면 갈 수 없는 길도 많다.


큰 강이라는 뜻을 가진 리오 그란데(Rio Grande) 강은 이름과는 달리 그리 깊지도 넓지도 않아 나도 걸어서 건널만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강 옆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주인 없는 손으로 만든 액세서리 좌판이 있다.

잠시 서서 보고 있으니 강 건너에서 사람이 건너온다. 멕시코 쪽에서  사람이 건너다보고 있다가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슬그머니 나타나 물건을 팔고 건너간다.


 

온천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가는 길은 승용차는 가기 힘들 정도로 험했다. 

폐허가 된 옛날 온천장 건물 앞에 차를 세우고 강을 따라 걸어갔다.

1909년에 랜포드(Lanford)라는 사람이 세운 온천은 폐허가 되어있다..

 그는 미시시피에서 어릴 적 말라리아에 걸려 몸이 약했다. 이 온천이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에 좋다는 말만 듣고 이 땅을 와 보지도 않고 1 에이커에 1불 50전씩에 샀다. 지금은 차로 두 시간 걸리는 알파인에서 이곳까지 11일 걸려 왔다.  그는 21일 동안 몸을 담그고 이물을 마시고 난 뒤 건강을 찾아 그 후 온천을 만들고 하루에 10전, 21일에 2불씩 받고 운영했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이곳이 빅밴드 국립공원의 시초였다.

강가에서 뜨거운 물이 펑펑 솟아오른다.


강에서 솟아나는 화씨 105도의 온천에 발을 담가 보았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21일 동안 치료하면 낫는다는데 15분만 담갔다. 효과를 기대하지는 못하겠다. 

온천에서 나오는 습기 때문인지 암벽에  Rock Nettle이라는 노란 꽃들이 피어있다. 

 새들도 집을 짓고 알을 품었다. 


1250 평방마일(3242평방 킬로)이나 되는 빅 밴드 국립공원, 너무 넓어 하루 종일 구경해도 다 못했다. 공원 안에 숙소가 하나, 산속 아늑한 분지에 캠핑장이 하나 있다. 숙소를 잡지 못해 해 질 녘에 약간 아쉬운 마음으로 공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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