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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Nov 28. 2020

신들이 사는 곳

올림픽 국립공원

캠핑을 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5시에 일어나 커피 한잔 끓여 마시고 일찌거니 텐트를 접었다.

조용한 아침 시간에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면 어찌나 좋은지 그 맛에 국립공원을 또 찾게 된다.

온전히 보호된 자연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노스 캐스캐이드 공원을 나와 20번 길 위에 있는 '하이웨이 20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시애틀까지 세 시간 정도 걸린다. 5번 고속도로 남쪽으로 가다 린우드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한국식품점에 들러 식료품과 간식거리를 샀다.


구글 지도로 올림픽 국립공원을 검색하니 에드먼즈에서 킹스턴으로 가는 페리를 타라고한다.

지도를 다시 찬찬히 보니 그러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가지 않으려면..

이렇게 멀리 돌아가야 한다.

페리를 타 보기로 했다.


구글에서 페리 타는 곳을 검색해 안내해 주는 곳으로 가니 안내원이 뒤를 돌아보라고 소리를 마구 지른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어보니 그곳이 입구이긴 한데 저 뒤로 줄 서 있는 차들 뒤로 가라고 한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차는 줄을 서도  교차로를 비워 놓아 끝을 찾기가 힘들었다.

구글은 그것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유턴을 하고 주택가의 길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주 많이 , 열 블락쯤 뒤로 가니 차들이 서 있는 맨 뒤가 보였다. 헤매는 사람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이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20불 25전을 내고 배에 올랐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점심을 사러 가기도 하고 차에서 내려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했다.


차들을 차곡차곡 잘도 실었다.


모두 갑판에 나와 바다를 구경한다.

갑판이 답답하지 않아 좋다.

20분쯤 후 킹스턴에 도착했다. 잠시 갇혀 있었더니 길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올림픽 국립공원으로 간다.

신들이 산다는 올림픽이라는 이름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발을 디딘 지 정확히 100년 후 1592년 포르투갈을 위해 이곳을 탐험하던 그리스 출신 탐험가 Juan De Fuca 가 정한 이름이다.

이 국립공원은 해발 2432미터의 올림픽 산,

60마일이나 되는  태평양 해안,

미 본토 48개 주 중  가장 비가 많이 오는 Rain Forest , 세 곳으로 크게 나뉘어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이 국립공원도 관통하는 도로가 없고 넓게 퍼져있어 세 부분을 다 보려면 최소한 3일은 머물러야 한다.

2009년 여길 왔었는데 비지터센터에서 구름이 많아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알려주어 올라가다 말고 돌아 내려왔었다.

이번에도 사무실에 들어가니 TV 화면을 보여 주는데 산 중턱에 구름이 꽉 끼어있다.

그런데 공원 안내원의 말이 구름이 곧 걷힐 것이랜다.

그 말을 믿고 우선 캠핑장으로 향했다.

'Heart O the Hill'이라는 캠핑장에 자리가 있었다.텐트 쳐 놓고 허리케인 리지로 향했다.

허리케인 리지로 가는 길목은 구름인지 안개인지 앞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레인저의 말은 맞아서 올라갈수록 구름이 걷히고 시야가 트였다.

허리케인 리지에는 주차장과 비지터센터가 있다.

트레일을 해 보기로 했다.

왕복 3.2마일, 경사가 있다.

카메라는 포기하고 전화기와 물 한병, 재킷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 

8월 중순이었는데도 산봉우리에 눈이 남아있다.

높이 올라오면 힘은 들어도 참 기분이 좋은 것은 왜일까?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함이 있다. 그래서 신들이 사는 곳이라고 했나 보다.

갑자기 구름이 발아래로 몰려오기도 한다.

저만치 비가 내리는 것도 보인다.

허리케인 힐(Hurricane Hill) 트레일의 끝에 오르니 발아래 눈밭이 보이고 노루가 눈을 먹고 있다 우릴 보고 다가온다.

 검은 꼬리 노루(Black Tail Deer)다. 참 착하고 예쁘게 생겼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어 무언가 얻어먹으려고 다가오는 것 같았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을 것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주고 싶어도 동물들을 위해 주면 안 된다. 사람의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의존하게 되고 약해진다고 한다.


캠핑장에 자리를 잡아 놓고 올라오니 마음이  느긋해서 천천히 즐기다 내려왔다.

캠핑료 10불, 장작 5불, 합계 15불. 

나에게는  300불짜리 특급호텔보다 더 좋다.


캠핑장에서 잘 자고 일찍 나와 리알토 비치로 갔다. 간판의 이쪽은 올림픽 국립공원이라 하고 


다른 한쪽은  퀼라유트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니까 북쪽은 인디언 구역, 남쪽은 국립공원이다.


쑤나미의 흔적으로 뿌리째 뽑힌 통나무들이 바닷가에 누워있다.

Second Beach를 가려면 숲길을 건너가야 한다.  나무는 높고 열대 원시림 같았다.


바닷가로 가니 고운 모래사장과  소나무를 머리에 인 작은 섬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

맨발로 걸어보았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이 폭신하다. 


바닷바람을 넉넉히 마시고 나와 호 우림지역을 향했다.

일 년에 6100밀리미터의 비가 내려 나무가 울창하고 이끼가 이불처럼 덮여있는 곳이다.

'이끼의 전당(Hall of Moss) 트레일을 걸었다. 이런 초록색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색이다. 

옛날에 이 근처에 거대한 용 두 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둘이서 싸우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 싸우는 사이에 용의 비늘이 떨어져 생긴 것이 이 곳의 나무들을 덮고 있는 이끼라고 한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여러 조각으로 되어있어 한번에 다 보기가 어렵다. 공원과 인디언 보호구역이 얽혀있어 어디가 경계인지 모르는 곳도 있다.

캐이프 프래터리(Cape Flattery)가 그렇다. 미국 본토의 서북쪽 끄트머리,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는 땅끝마을이다. 고기 잡고 사냥하고 오랫동안 살아온 이 땅의 주인들이 지금은  상대적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존재도 없이 살고 있다. 

이런 곳에 오면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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