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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Nov 23. 2020

산이 깊고 물은 푸르고 고사리가 많은

노스 캐스캐이드 (North Cascades) 국립공원 

미국의 제일 북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2번 길을 달렸다. 

칼리스펠리를 지나고 몬타나주와 작별하면 잠시 아이다호주를 지난다.

몬타나주와 워싱턴 주 사이에 냄비 손잡이처럼 아이다호주가 올라와있다.

해가 지기 전에 캠핑장을 찾아야 했다.

한 곳을 들어가 보니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두 번째 시도한 곳이 Riley Creek Camp 였는데 호숫가였고 조용했다. 주립이라서 좀 비쌌지만(27불) 수도와 전기가 있어 편리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잠시 호숫가를 산책하고 길을 떠났다.




워싱턴주로 들어서면 옛날 서울의 담배가게 같은 커피집이 많다.

만화 같은 집에서 커피 한잔 사 마시려 하는데 집과 어울리게 재미있는 여자 주인이 말을 건다.

"어떻게 조지아주에서 여기까지 오게 됐니" 

"대륙횡단 중인데 아마도 여기는 당신을 만나러 온 것 같다." 했더니 깔깔 웃는다.

옷차림과 모습이 독특해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돼겠느냐고 물었더니 가게만 찍으라며 자신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워싱턴주로 들어서 콜롬비아강을 건넜다.




워싱턴주에 오니 사과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저 상자들이 모두 사과상자들이다.

사과를 좀 사고 싶었는데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워싱턴 주에서 미국 사과 전체의 57%가 생산된다. 그 밖에도 미국의 배와, 체리의 절반을 생산하고

라즈베리는 97%가 여기서 나온다. 


윈트롭을 지나고 

오카노간에서 잠시 길을 놓쳐 다시 돌아가 토나스켓에서 점심을 먹었다.



워싱턴주는 우리 남한보다 두배 정도  넓은데 인구는 10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의 대부분이 시애틀 같은 서해안에 몰려있어 동쪽인 이곳은 더 한가하다.



노스 캐스캐이드 국립공원의 입구로 들어섰다.

동쪽에서 공원으로 들어오는 20번 길은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그런데 11월에서 다음 해 4월까지는 눈이 쌓여 다니지 못한다. 더 아름다울 텐데.




울창한 나무들과 바위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숲 속의 보석 같은 호수인데 이름이 레이크 디아블로(Lake Diablo), 악마의 호수다.



여기서는 작게 보이지만 실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로스(Ross) 호수다. 



호수 두 개 보고 호수로 접근하는 짧은 트레일 하나 걷고 비지터센터로 갔다.

다행히 뉴 할렘(Newhalem) 캠핑장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캠핑장은 나무가 울창한 강가에 있다.

8불에 이런 곳에서 캠핑을 하다니 행운이다. 원래 16불인데 62세가 되면 반만 받는다. 나이 들어 좋은 점도 있다.


고사리밭 사이로 트레일이 있다.

 워싱턴 주의 고사리는 연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벨링햄 사는 친구 집에 갔더니 자기들이 채취해서 말린 고사리를 주었는데 정말 연하고 맛있었다.


 텐트를 치고 있을 때 국립공원 레인저가 와서 저녁에 곰에 관한 강의가 있다고 해 준 말이 생각나서 야외 공연장으로 갔다.


미국 북서쪽에 살고 있는 흑곰과 그리즐리 베어에 관해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이 근처에 곰들과 늑대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참 진지하게 설명을 들었고 질문도 했다. 어린아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열심히 듣는 모습이 참 신통하다. 

아마도 저 어른들이 어렸을 적에 자신의 부모와 여길 왔을지 모른다. 저 아이들이 자라 부모가 되었을 때 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며칠 지내다 갈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아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곳이 국립공원이다.



밸링햄에서 꼬불꼬불한 542번 길을 한참 올라가면   여기는 Heather Meadows 비지터센터가 나온다.  20번 길에서 보는 노스 캐스캐이드 국립공원의 서 북쪽 부분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7월에도 눈이 덮여있는 배이커 산이 있고 슉산산이 건너다 보인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소나무와 그 사이의 잔설이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이 물이 흘러가서 눅삭 강을 만들고 저 아래 가면 눅삭 폭포(Nooksack Falls)를 만든다.


일주일에 두 번씩 꼭 등산을 한다는 밸링햄 사는 친구 내외가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친구 남편은 어느새 언덕 꼭대기에 올라갔다 미끄럼을 따고 내려온다.

겨울에는 스키장이다.




 슉산 산,해발 2810미터. 슉산산은 노스캐스캐이드 국립공원 안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 이름이 "슉"이 아니고  "Shuksan mountain" 그러니까 슉산산이다. 이 근처에 살던 인디언들은 북 아메리카 인디언 중 가장 오래된 원주민이다. 분명 동 아시아에서 왔을 것이다. 



조금 내려오다 눅색 폭포를 보러 차에서 내려걸었다

물줄기가 시원하다.

폭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꽃들이 피어있다.

친구가 열매를 따서 주며 먹어 보라고 한다.

향긋하고 새콤달콤하다.


노스 캐스캐이드 국립공원은 1963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제안했지만 반대도 많고 의회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걸려 1968년 그가 암살당한 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내가 서 있는 베이커 산은 국립공원에서 제외되어 스키장이 들어섰다.  슉산산은 국립공원 안에 있어 완전한 자연의 모습으로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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