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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05. 2021

올라갈까? 말까? 센티넬 돔

요세미티 국립공원, 



 아침 일찍 빅 트리 랏지를 출발해서 글레이시어 포인트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6월인데 그늘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있다.

이 길은 11월에서 5월까지는 눈 때문에  갈 수 없는 길이다.

길이 열린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글레이시어 포인트 조금 못 가서 왼쪽으로 길가에 주차 공간이 나온다.

큰 안내판은 없지만 여기가 테프트 포인트와 센티넬 돔으로 가는 트레일이 시작하는 곳이다.

차를 세우고 왼쪽 길로 들어갔다. 테프트 포인트 가는 길이다. 테프트 포인트는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거기서는  해프 돔과 엘 카피탄이 내려다 보인 다고 했다.  몇 년 전 요세미티를 사랑하고 모험을 즐기던 남자 둘이 윙슈트(Wing Suit)라는 걸 입고 하강하다 떨어져 사망한 절벽이다.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려 눈과 얼음이 많이 있었다. 

얼음이 덮여 있어 가볍게 밟고 넘어가려는데 얼음 밑에 물이 고여 있었다. 발이 빠지며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손과 무릎에 멍이 좀 들었지만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니 만만치가 않다. 테프트 포인트는 포기해야 했다.

주차장으로 나와 대충 닦고 이번에는 센티넬 돔으로 가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그곳에 작은 임시 표지판이 서있다

"테프트 포인트로 가는 길은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위험하니 가지 마시요"  

이걸 테프트 포인트 가는 길 쪽에 세워 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쩐지 저쪽으로는 가는 사람이 없더라.. 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걷기 시작했다.


눈 녹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을 건너 비탈진 바위 사이를 걸어갔다.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치는데

 "힘든 부분은 다 지났다"라고 말해 준다. 참 고맙다.


 넘어진 나무 사이도 지났다.

 저만치 둥그런 바위가 보인다. 센티넬 돔이다.

 돔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 바위 앞에 이르니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린다.

 아.. 이거다.


따끈따끈하게 덥혀진 남쪽 바위와는 달리 

올라가야 할 북쪽 바위에는 눈이 쌓여있다.

중년 여인 둘이 눈길을 내려오며  큰소리로 괜히 올라갔다며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다 내려온 뒤에야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멋쩍어하며 자기들의 뜨거운 단어 때문에 눈이 좀 더 녹았을 거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 사람은 아예 무릎으로 기어 내려온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된다..

저기서 미끄러져 서지 않고 계속 굴러가면... 어디 한 군데는 부러질 것 같다.



이쪽은 더 아찔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 네발로 기어 올라갔다.

여기가 정상, 360도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네 발로라도 올라오길 잘했다.

센티넬 돔은 2476미터,

오른쪽은 엘 카피탄, 왼쪽은 캐시드럴 바위.

요세미티 밸리가 다 내 발아래 있다.





아무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바위 지붕 위, 그 바윗 틈에 눈 녹은 물 먹고 피어난 

꽃들이 나를 반긴다. 





 넘어 구르지도 않고 욕도 하지 않고 무사히 내려왔다.

갈까 말까 하는 곳은 가야 한다고 말해준 친구에게 

네 말이 맞아 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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