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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04. 2021

물에 잠긴 해치 해치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볼 곳이 많다 

가는 곳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절경이다.

 이 자리에 서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나의 짧은 글 솜씨로는 표현하기 힘이 든다.


내가  미국에 와서 산지 40년이다. 아이들 키우고 일하며 사느라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아이들도 다 자라 독립해 나가고 평생 일도 할 만큼 했으니 하고 싶은 것을 해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신전도 로마 같은 고대 도시도 없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가 보고 이집트 터키 중국 같은 문명의 발상지도 가 보았다.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많았다.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생각하던 어느 날 우연히 켄 번스(Ken Burns)가 만든 다큐멘터리 "National Parks, America's Best Idea"를 보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도 제대로 모르면서 먼 나라들만 돌아다녔다. 내가 살고 있고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국이라는 나라를 돌아보기로 했다.  15년 전부터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국립공원들을 보러 가다 역사적인 장소가 있으면 함께 보았다. 미국이 저지른 잔인한 일들과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도 가 보았다.

그리고 62개의 국립공원을 다 보고 50개 주를 다 다녀본 후  미국이 여태껏 한 일 중에 국립공원을 만든 것이 제일 잘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미국의 국립공원의 기본 정신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공유이다.

아름다운 곳을 특정한 사람들이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잘 보존하여 모든 사람들이 즐기도록 해 주고 지금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에 오는 세대들도 또 그다음 세대들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다.

어떤 이는 말했다.

" 언제라도 오면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반겨 주는 고향에 돌아오는 기분으로 국립공원을 찾는다."라고.


이런 국립공원이 그냥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돈 버는데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좋은 곳을 차지하고 권리를 주장해 어려움이 많았다. 19세기 중반부터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해 온 개척자들은 일정한 기간 터를 잡고 살면 법적으로 그 땅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을 내쫓고 금을 찾으러 다녔다. 나무를 베어 내고 농장을 만들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땅에서 자연을 훼손하는 그들을 내 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보호하는데 가장 공헌한 사람은 미국에서  존경받는 두 사람, 링컨 대통령과 죤 뮤어이다. 

링컨 대통령은 독립전쟁의 와중에도 이곳이 먼저 온 사람들의 손에 망가져 간다는 소식을 듣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존 뮤어는 평생을 요세미티와 킹스 캐년, 세코이아, 마운트 레이니어.. 등 국립공원의 보호를 위해 일했다.




요세미티 북쪽에 있는 해치 해치는 제2의 요세미티 밸리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지금은 물에 잠겨 들어갈 수가 없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식수원이라서 수영이나 물놀이도 할 수 없다.



이곳에 댐을 만들기로 했을 때 존 뮤어가 온 힘을 기울여 반대 운동을 했지만 

일이 안되려니 바로 그때 샌프란시스코에 대 지진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대 화재도 발생했다.

물이 부족해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는 여론에 해치 해치에 댐을 만들기로 결정되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식수의 10%를 여기서 공급한다.



그 후, 우리는 자연이 만들어 낸 폭포 대신 사람이 만든 폭포를 보아야 했다.



이렇게 아름다워야 할 해치 해치 계곡이 물에 잠기게 되자 

죤 뮤어는 크게 실망하고 건강이 나빠져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100년이 지난 지금 댐을 허물고 해치 해치를 다시 복원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지리산에 댐을 지을 계획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아무 힘이 없지만 한국에 링컨이나 존 뮤어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서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힘들고  된다 해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물 아껴 쓰기 운동도 하고 모두가 힘을 합해 다른 방법을 찾아내어 우리가 고향에 가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고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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