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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경이 Jan 06. 2021

거울 호수와 봄날의 폭포

요세미티 국립공원

새벽 5시 30분 요세미티 랏지를 나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출간한 국립공원의 비밀(Secrets of the National Parks) 책에 초여름 아침 일찍 미러 레이크(Mirror Lake)에 가면 해프 돔이 호수에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호수는 물이 줄어드는 7월이 되면 사라진다고 했다. 사라지기 전에 가서 보기로 했다.


전 날 호텔에 체크인할 때 차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말고 주차장에 두고 셔틀버스로 다니라는 직원의 말이 생각났다. 요세미티 밸리의 주차난 때문에 호텔의 주차장도 주차난을 겪는다고 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셔틀버스는 아직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미러 레이크 까지는 너무 멀다...

방 바로 앞에 세워둔 차를 가지고 갔다가 돌아왔을 때 차 세울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여행을 하려면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하는데 빨리 해야 한다. 그래도 차를 타고 가자. 

미러 레이크 트레일 입구에 있는 머제스틱 호텔 주차장으로 갔다.  이 호텔은 하룻밤에 500~600불 하는 요세미티 안에서 가장 비싼 호텔이다. 빌 게이트가 결혼식을 한 곳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주차할 곳이 많다.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새벽 공기는 상큼했다.



조금 가니 오른쪽으로 개울이 흐른다. 

개울을 따라 1마일 가니 호수가 나왔다. 거기서부터는 자전거도 못 들어가게 한다. 

자전거 한대가 서 있다.



미러 레이크(Mirror Lake)


호수를 한 바퀴 돌며 해프 돔이 비치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가는 길에는 징검다리도 건너고  


돌아 내려오다  올라갈 때  "Hi." 했던 자전거 타는 사람을 다시 만났다.

그가 "Hi.Again." 했다. 그는 근처 캠핑장에서 캠핑을 한다고 했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캠핑장을 예약한 사람은 행운아다. 요세미티는 5월 말 유월 초가 제일 아름다워 캠핑장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미러 레이크 주변은 1970년 친구들과 갔던 내 기억 속의 무주구천동과 비슷한 느낌이다.




지금의 무주구천동은  옛날의 그 모습은 찾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있는  맑고 아름다웠던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지우지 않으려고 그 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변산반도의 채석강에 갔다 예전과 너무 달라 실망한 경험이 있다. 


호텔 방에 돌아와  좀 쉬다 10시쯤 미스트 트레일을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숙소 바로 앞이 셔틀버스 정거장 #7이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인도 사람 한 가족이 다가온다.

남자가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어디를 가느냐? 어디가 좋았느냐? 어떻게 가야 하느냐?... 

처음 왔는데 어디부터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는 만큼 설명해 주는데 버스가 왔다. 행운을 빈다.. 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 여행에서 유난히 인도 사람들이 눈에 뜨인다. 

의외로 한국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16 정거장에서 내려 버날폭포를 향해 올라갔다.

2011년 겨울 아이들하고 왔었다.

그때는 참 한적했는데 이 날은 무척 붐빈다.



죤 뮤어 트레일 안내판이다.

여기서 킹스 캐년과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지나 휘트니 산 정상까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가는 

200.4 마일(338.6킬로미터)이다

14000피트를 올라가야 한다.

젊은 사람들 중 며칠씩 걸려 이 길을 완주한다.

이 날도 커다란 배낭을 지고 가는 몇 팀을 보았다.


해프 돔까지 7.2마일.. 가 보고 싶지만 내 체력으로는 불가하다.



폭포 가까이 가니 비가 내리듯 물방울이 몰려와 몸을 적신다.

용감한 사람들은 그냥 그 속으로 향해 가고

준비성이 좋은 사람들은 비옷을 꺼내 입는다.

비옷을 준비해 가라는 친구의 말을 듣지 않은 나는 망설인다.

젖은 채 내려오는 사람들의 입술이 파랗다. 젊은이들이 저러는데...

자신이 없다.

저체온증이라도 걸리면 대책이 없다.

여기서 돌아서자..



2011년 겨울에는 아이들과  함께 왔었다.

그때 같이 왔었다는 추억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여행은 추억 만들기이다.

6년 전 왔던 자리에 서 보았다.

그때는 물이 얼어 멀리까지 날아오지 않아 훨씬 더 올라갔었다.





12월과 6월의 버날폭포(Vernal Fall) 같은 자리 


미스트 트레일을 걸어 내려오는 동안 

하늘은 파랗고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내 귀에 음악처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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