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날 잘 몰라!
가끔은 눈물에도 빛깔이 있었으면 좋겠다. 맛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포도맛이요 소리치는 보라색 비닐 속의 보라색 사탕처럼, 나도 보라색 눈물을 쓱 훔쳐보고 알 수 있도록. 그래도 헷갈리면 혀로 톡 맛볼 수 있도록. 가끔씩 내 감정은 내게는 너무 복잡하다. 좋은지 싫은지 알 수 없는 무색무취의 눈물이 퐁퐁 솟을 때면 리트머스 종이라도 눈밑에 붙이고 싶다. 눈물에도 빛깔이 있다면 분명 나같은 사람은 날마다 다른 색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주 새까만 눈물도 흘리고, 따뜻한 노란빛 눈물도 흘리고, 가끔은 푸르른 눈물도, 짙은 녹색의 눈물도.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행복하고 억울하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막막하고 두렵고 무섭고 아득하고 쓸쓸하고 벅차고 밉고 좋고 동경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그 모든 감정에 색색깔의 눈물이 흐른다면 나는 날마다 작은 유리병에 눈물방울을 모아야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유리병을 찾아드는 모양새가 좀 웃기기는 하겠다마는... 무지갯빛 눈물을 모아 하루 날 잡아 병을 모두 꺼내놓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버석거리는 순면의 하얀 베개 위에 모은 눈물을 모두 모아 골고루 흩뿌려가며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 베개를 베고 자면 분명 악몽을 꿀 테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