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ibi Jan 18. 2021

정갈한 사람이 부럽다



정갈한 사람이 부럽다. 


사람에게는 정갈하단 말을 쓰지 않는 것 같지만, 내가 느끼기에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다들 정갈하다. 사람을 대하는데 어둡거나 흐린 구석 없이 깨끗한 사람. 자기 자신을 대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도 솔직하고 깔끔한 사람.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가 어지럽지 않은 사람. 옅은 나무 냄새가 나는 희고 정돈된 방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직접 만든 간식거리를 옆에 두고, 자신의 세상에 대해 글을 쓸 것 같은 사람. 취향이 확고하고, 그 취향이 다른 이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 대체로 담담하지만 가끔 자신만의 포인트에서 벅찰 줄 아는 사람. 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적당히 무거워서 휩쓸리지 않고, 또 적당히 가벼워서 날아갈 수 있는 사람. 물론 모든 것의 전제는 그 취향과 세계와 언어가 모두 깨끗하고 깔끔한 사람. 


왜 그런 사람들에게 '정갈하다'라는 말이 자꾸 떠오를까? 두리뭉실했는데 오늘 문득 깨달았다. 자신에게 꼭 맞는 적당한 크기의 그릇에 넘치지 않게 알맞은 양을 담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정갈하다. 나는 종지만 한 크기의 그릇에 욕심껏 -취향과는 상관없이-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때려 넣은 뒤에, 식탁까지 가는 동안 내용물을 후드득 떨구며 마음을 더럽히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눌러 담는 사람이다. 그릇을 바꿀 생각이나, 내용물을 덜어낼 생각은 없는 넘쳐흐른 냄비 같은 사람이다. 요즘 난 그동안 내가 마음 온구석에 흘리고 튀기고 물들여놓은 욕망 때문에 온몸이 아프다. 그래서 정갈한 사람이 유독 부러운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납작한 여행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