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은 어찌 기르나

by 심지훈

오늘은 라온이와 어제 저녁 ‘독서 습관을 어찌 기르는지’ 알려준 이야기를 나눈다.


라온이 경우 한글을 떼고 글을 읽기까지 2년, 거기서 바르게 쓰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한글 떼기와 읽기는 그 시기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걸 문제 삼는 부모는 잘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들어가 1학년 2학기부터 받아쓰기를 시작하면 신경을 쓰는 부모가 생겨난다. 시험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리 라온이는 2학년 받아쓰기 총 24회 중 20회에 이르자 받아쓰기 급수표를 쓰윽 훑어보기만 해도 띄오맞비(띄어쓰기, 오탈자, 맞춤법, 비문)를 틀리지 않았다. 받아쓰기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할 수 있게 됐다.


어제는 매주 목요일에 하는 받아쓰기 연습을 했다. 다음주면 2학년 받아쓰기가 끝나는데 라온이는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아 아빠가 내 건 10번 이상 100점 시 10만원 선물을 받았다. 아빠는 고가의 닌텐도 게임기를 선물로 사주었다.


어제도 라온이는 잘 받아썼다. 라온이와 바론이에게 잠시 아빠 얘기를 들어달라고 했다. 그리 독서의 어려움과 독서 습관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독서가가 되는 비법을 전수해줬다.


“라온아, 넌 이제 한글을 떼고, 한글을 읽고, 한글을 반듯하게 쓸 수 있게 됐어.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은 뭐겠니?”

“독서.”

“그렇지. 똑똑이 심바론, 독서가 뭐야?”

“독서? 음… 잘 모르겠는데.”

“독서는 책을 읽는 거야. 아빠랑 만날 자기 전에 책 읽지? 그게 독서야.”

“나도 말하려고 했어.”

(다시 라온이를 보며)

“라온아, 그런데 독서는 하기 싫지?”

“응.”

“왜 하기 싫은 줄 아니?”

“재미가 없어.”

“그렇지. 재미가 없지.”

“그런데 아빠는 독서가 무지 재미있어.”

“왜 그런 줄 아니?”

“몰라.”

“뭘 알고 보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 아빠 독서대가 몇 개인지 알아? 자, 여기 봐봐. 식탁 뒤편 책장에 있는 독서대를 세어 보자.”

(라온 바론 합창)

“하나, 둘, 셋, 넷….”

“봐봐. 식탁 주변에만도 7개고, 아빠 서재에는 또 5개나 있어. 그 독서대에는 아빠가 읽고 있는 책들이 놓여있지. 라온이는 독서가 재미없다고 했지만, 아빠는 독서가 재미있다고 했잖아. 그 차이는 독서는 일단 어렵고, 어렵다는 건 아는 게 많지 않기 때문이거든. 그렇다고 라온이가 독서를 싫어하거나 영 안 하느냐 그건 또 아니야. 2학년 2학기부터 라온이가 아빠랑 도서관을 가자고 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도서관을 가잖아. 도서관 가면 라온이는 학습만화를 5권 빌려와서 일주일 동안 보고 다시 가서 다른 만화를 빌려오잖아. 그거 무지 훌륭한 거야. 학습만화도 무지 좋아. 그건 재미있지?”

“응.”

“재미있으니까 아빠가 읽어라 마라 해도 알아서 읽는 건데, 근데 선생님이 읽으라는 책은 학습만화가 아니잖아.”

“응.”

“만화를 읽고 독서록을 쓰는 건 인정해주지 않잖아. 선생님은 동화책이나 줄글씨 책을 읽으라는 거잖아.”

“응.”

“근데 그건 싫잖아.”

“응.”

“아빠가 아까 아빠는 독서대가 10개 넘는다고 했잖아. 아빠는 늘 책을 곁에 두지.”

“응.”

“바로 그거야. 독서의 기본은 첫째가 ‘책을 늘 곁에 둔다’야. 너도 늘 학습만화를 곁에 두고 있잖아.”

“응.”

“선생님은 만화 대신 동화책, 줄글씨 책을 두라는 거야. 라온아, 우리 집에 책이 한 3,000권 정도 돼.”

“우와~.”

“많지?”

“응.”

“그런데 아빠도 아직 한 번도 안 펼쳐 본 책도 많아.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지. 책장에 책이 많다고 독서가 되는 건 아니야. 책장의 책을 빼서 딱 내 옆에 가져다 둬야 독서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야. 아빠는 늘 책을 곁에 두지.”

“응.”

“그런데 곁에 둔다고 독서가 되는 것도 아니야. 어렵지? 이 책들에게 사랑을 줘야 해. 사랑하면 만지게 돼 있고, 잡게 돼 있고, 펼치게 돼 있어. 그런데 책사랑은 동물사랑과 달라. 사랑한다고 막 좋아지는 게 아니거든. 책을 1쪽부터 끝쪽까지 읽는 게 쉽니?”

“어렵지.”

“어렵고도 지루하지. 조금만 읽으면 하품이 막 나오잖아.”

“ㅎㅎ 응.”

“아빠처럼 독서가 생활이 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 라온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댔지?”

“응.”

“학교 선생님이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게 공부를 잘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야.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독서를 하라는 거지.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일단 네가 좋아하는 학습만화를 꾸준히 읽어. 그러면서 동화책, 줄글씨 책도 곁에 딱 가져다 둬. 그런 다음 한 번씩 사랑을 줘. 그 책 아무 곳이나 펼치는 거지. 그리고 딱 한 장만 읽겠다고 생각하고 읽어. 그런데 재미가 없는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거야. 그러면 그냥 딱 덮어. 그리고 다른 책을 골라. 그리고 또 심심할 때마다 그냥 펼쳐. 그리고 읽어. 읽다 보면 재미있으면 쭉 보는 거야.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아빠한테 물어. 아빠가 없으면 스마트폰 국어사전을 찾아봐. AI에게 물어도 좋아. 그렇게 이해를 해. 그리고 다시 읽어. 그런데 그 상태로 책장을 덮어도 좋아. 정 읽기 싫으면 그림만 봐도 돼. 그 일을 초등 6학년까지 놀아가며 느긋하게 해. 열심히 하지마. 절대 열심히 하면 안돼. 책장 펼치기를 놀이로 해. 아무 책이나 수시로 펼쳐 봐.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이 라온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돼 있을 거야. 그러다 보면 공부의 기본이 갖춰져 있을 거야.”


라온이에게 책장에서 글밥이 많은 줄글씨 책을 골라와 보라고 했다. 옛날이야기를 골라왔다. 그 책을 펼치며 몇 문장 읽어주었다. ‘각시가 신랑을 믿고’하는 표현이 나왔다.


“라온, 바론, 각시가 무슨 말이니? 신랑은 또 무슨 말이야?”

“몰라.”

“그림을 보여줬다. 여기서 누가 각시 같고, 누가 신랑 같니?”

“(라온) 여자가 각시 같고, 남자가 신랑 같아.”

“그렇지. 보니까 느낌이 오지? 남자가 느낌으로도 각시 같지는 않잖아.”

“응.”

“이 책은 옛날이야기 시리즈라고 돼 있네. 옛날이야기는 라온이가 살아본 적 없을 때의 이야기야. 옛날에는 아빠가 엄마를 부를 때 ‘우리 각시’하고 불렀어. 엄마가 아빠를 부를 땐 ‘우리 신랑’하고 불렀고. 지금 아빠는 엄마를 부를 때 ‘자기’라고 하지. 엄마는 아빠를 부를 때 ‘여보’라고 하고. 부름말이 옛날과 지금 다르지?”

“응.”

“아빠가 요즘 <무당>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옛날에는 참 가난해서 이런 걸 먹고살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지? 그보다도 이건 더 오래된 옛날이야기 책이야. 모르는 단어, 모르는 표현이 많을 수밖에 없어. 라온이는 이제 받아쓰기가 되니까, 이제부터 할 일은 1쪽을 읽더라도 새로운 단어, 새로운 표현을 익히는 거야. 독서라고 해서 1쪽부터 끝쪽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어. 라온이 단계의 독서는 짧은 글이라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먼저야. 끝까지 읽는 건 기본지식이 있으면 언젠가 저절로 돼. 아빠가 <아홉 살 마음사전>을 첫 책으로 선물한 건 그 책에 나오는 낱말들이 라온이에게 익숙하면서도 바르고 따뜻해서야. 라온이가 들어서 알고 경험으로 아는 단어들의 구체적인 예들이 그림과 함께 잘 설명돼 있어. 일기를 쓰든, 독서록을 쓰든 들어 알고 경험으로 알아 직감이나 습관처럼 쓰는 건 의미가 없어. 그건 아는 게 아니야. 정확히 알고 쓴다는 건 너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쓸 줄 안다는 거야. 그게 의미가 있는 거고, 그게 글을 잘 쓴다는 거야. 이제 라온이는 막 그런 단계에 들어섰어. 라온이는 지금 너무너무 훌륭하게 잘하고 있어. 자, 정리한다.”


독서를 스스로 하려면,

첫째 책을 곁에 둔다.

둘째 수시로 펼쳐본다.

셋째 아이, 재미없네- 그러면 바로 덮는다.

넷째 어, 읽어볼 만하네- 그러면 1쪽만 읽는다.

다섯째 재미있으면 쭉 읽어본다.

여섯째 모르는 단어, 표현이 나오면 아빠에게 묻거나 사전을 찾아본다.

여덟째 영 읽기 싫은 날은 책장을 넘기며 그림만 본다.

아홉째 이걸 놀이삼아 6학년 때까지 꾸준히 즐긴다.

여덟째 학습만화도 늘 곁에 둔다!


“심라온, 오케이?”

“응. 오케이!”


그러는 사이 아빠는 틈틈이 일기를 써오라 할 것이고, 독서록을 들여다볼 것이다. 동시짓기와 글쓰기를 할 것이다. 라온이에게 훈수를 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얼마나 컸는지 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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