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론이 만세!>

by 심지훈

바론이가 어린이집 졸업반을 맞았다. 새 학기 2주째인 오늘, 바론이는 개선장군처럼 자전거를 타고 등원했다. 올봄과 가을엔 자전거 등원을 열심히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면 동선이 달라져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된다. 바론이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비로서 첫째 라온이에 비해 막둥이 바론이와는 함께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적이 아쉽고 미안하다.


우리 바론이는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그것도 삼복더위인 8월에 태어났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마스크를 낀 채 일상을 지속하던 때 아내는 임신부가 되었다가 10개월 후 다시 산모가 되었다. 되돌아보면 다행인 것은 아내와 바론이 모두 건강했던 것이고, 아내가 바론이를 1년 6개월간 지극정성으로 돌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출산휴가 1년에 라온이 때 다 못 쓴 출산휴가 6개월까지 바론이는 아기 때 엄마한테 받을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 때문에 바론이는 라온이와 달리 ‘엄마 껌딱지 시절’이 길었다. 아빠를 엄마처럼 가깝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5세 무렵부터였다. 그전까지 바론이는 아빠를 시큰둥하게 대했다. 6세를 맞아 비로소 형과 같은 ‘아빠 껌딱지’가 됐다. 그러고도 잠자리에 들 때면 회귀본능처럼 엄마를 찾아간다. 책은 아빠랑 읽고 잠은 엄마랑 자는 ‘분리 행동’은 1년 넘게 지속됐다. 이 행동은 아기 때 하나씩 갖는 애착물을 엄마배로 삼았기 때문이다. 라온이는 자그마한 코끼리인형을 애착물로 삼아 잠잘 때 엄마가 꼭 필요 없었지만 바론이는 엄마배를 만져야 곤히 잘 수 있어 엄마가 꼭 필요했다.


아빠가 바론이와 함께한 시간이 형에 비해 덜한 다른 까닭은 바론이의 자기주도성에 있다. 바론이는 어린이집에서나 일상에서 스스로 알아서 잘했다. 특별히 신경 쓸 것 없었다. 남자아이인데도 언어발달과 상황판단이 빨라 어린이집에선 4세 때부터 모범생이었다. 엄마가 상담을 가면 “바론이는 특별히 상담할 게 없다”는 말을 늘 듣고 왔다. 교우관계도, 학습정도도 늘 좋았다.


3~4세 때는 친구들을 가르치며 놀았고 5~6세 때는 친구들을 이끌며 놀았다. 배운 건 집에 와서 엄마아빠 앞에서 선생님 흉내를 내며 알려주기 바빴다. 바론이는 말문을 트고 부터 하고 싶다는 것도 많고 해 달라는 것도 많다. 갖고 싶은 것도 분명하게 많다. 여행을 가면 라온이는 한 짐을 싸는데 바론이는 꼭 두 짐을 싼다. 이것저것 챙겨갈 것이 두 가방인 것이다.


지난 주말 충주 자연휴양림을 갈 때는 책을 여러 권 챙겼다. 낮에 실컷 놀아 금세 잠들 줄 알았는데 잠자리에 들자 책을 안 읽었다고 30분을 울어 엄마가 휴대폰 플래시를 켜 읽어주자 잠들었다. 바론이가 읽는 책은 라온이가 2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야 읽은 글밥이 많이 동화책이다. 바론이의 읽기(듣기) 능력은 라온이보다 3년이 빠른 셈이다. 어젯밤엔 그 긴 책을 2권이나 다 읽고(듣고) 잤다. 바론이는 페이지마다 그림을 찬찬히 살핀 뒤 요모조모를 들려준다. 요즘은 아빠, 형과 책을 함께 읽고 잔다. 엄마만 따로 잔다.


바론이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금방 간다. 주도적으로 놀면서 재잘재잘 한시도 쉬지 않는다. 갖은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올해는 바론이와의 추억을 더욱 열심히 쌓을 요량이다. 어린이집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올해 전부도 아니고 올봄 며칠과 올가을 몇 주를 제하면 이제는 네발자전거 등원 시간이 없다. 네발자전거 타고 우리 바론이 좋아하는 천연기념물관, 곤충생태관도 자주 가고, 한밭수목원 매점도 자주 가야겠다. 하원길엔 목요일마다 샘머리아파트 장터를 가서는 바론이 좋아하는 도넛을 사주어야 한다.


오늘 등원길엔 며칠 전 아파트 길 건너 지하보도를 단장해 문을 연 스마트팜을 지나면서 올봄 딸기체험은 여기서 해보자고 했다. 스파트팜 입구에 보니 오픈은 오전 9시, 입장권은 따로 구매해야 하고, 커피는 4,000원 스무디는 5,000원이다. 십수년간 방치된 지하보도의 깜짝 변신, 우리 바론이에게 신세계도 선보여야지. 올해 바론이와 함께한 일, 바론이 생각, 바론이 행동, 바론이 취향, 바론이 창의, 바론이 호불호를 두루 담은 글을 많이 지어야지. 그리 졸업선물로 바론이에게 <바론이 만세!>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어야지.

/심보통 20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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