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너무나도 행복했던 가을, 아내가 첫째 라온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이른 아침 조리원 방문 앞에서 맞닥뜨린 마사지사 아주머니가 내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지 마누라 얼굴도 안 보고 가네.” 나오는데 얼마나 열이 뻗치던지. 얼마나 황당하던지.
이때 어른이라면 조리원에 전화해 사연을 얘기하고, 마사지 마치고 나오면 내게 사과전화 하라고 하는 게 맞다.
애어른들은 그냥 속상해만 하다 말거나, 그게 왜 속상한 지도 모른 채 지나간다.
나는 그 아주머니로부터 사과전화를 받았다. 말을 뱉을 땐 당당했던 아줌마 목소리가 ‘비굴한 톤’이어서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았다. 애어른이 나이만 믿고 실언했다가 나 같은 어른 만나 혼쭐 날 뻔한 것이다.
그 보다 한 달 앞선 2017년 8월에 드론을 60만원 가까이 주고 샀다. 첫 비행에서 모친과 내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추락해 박살났다.
어른이라면 새 상품으로 교환을 받던지, 전액 환불을 받아야 마땅하다.
애어른이라면 해보지도 않고 “되겠나” “안 된다”하고 단정하고, 바보같이 60만원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회사 측에서 “드론 본체는 무상 수리해 줄 테니 UHD 카메라는 다시 구입하라”는 제안에 나는 거두절미하고 거절했다.
<드론 추락 경위>를 낱낱이 적어 전달했고, 그 회사는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지만, 고객인 내 입장에선 20만원은 ‘허튼 거래’였다. 드론 60만원 중 카메라가 20만원이다. 회사 입장에선 20만원만 받아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장사치의 논리로 날 상대했다가 내 논리에 이 회사는 되치기 당했다.
나는 결국 100% 환불 받았다. 그 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란다. 멍청한 애어른이 많다는 얘기로 밖에 안 들렸다.
1. 어른이 된다는 건 강인해지고, 사안에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2. 어른이 된다는 건 관대, 경험칙 같은 것을 명분으로 비겁해지고, 수동적으로 변하는 게 결단코 아니다.
3. “사람은 누구나 늙으면 회색분자가 된다”는 말은 짱짱한 40대가 가져야할 마음 자세가 아니다.
4. 해서 조직의 중추인 40대 회사원이라면 사장과 불꽃 튀게 싸워야 하며, 가장이라면 좀 더 단호해야져야 한다. 그래야 조직과 가정이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5. 부녀자들이 앉아서 시답잖게 주고받는 ‘정보’라는 이름의 (실상은) 무용한 이야기들을 일일이 받아들이는 남자는 세상에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
6. “다정다감한 남편이 되라”는 말은 한 마디로 “쪼다로 살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7. 세상 엄마들은 자기 새끼들은 모두가 일류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 멋진 인생을 살기 원하면서 자기 남편에게는 ‘까칠남’보다 ‘훈남’으로 남길 원한다.
8. 까칠남은 가정과 조직을 지키지만, 훈남은 결정적인 순간에 가정과 조직을 망가뜨린다. 사람 좋은 건 살다 보면 위기 순간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아는 건 초가삼간 다 태운 뒤라 늦는다. 인류를 구한 건 언제나 원리원칙주의자, 소신에 찬 자였다. 그런 자들은 모두 까칠했다.
9. 인간은 한 마디로 제멋대로 생겨먹어 엄한 훈육과 위계를 갖추지 않으면 콩가루 조직/집안이 되는 건 일순간이다.
10. 내 편한 것, 내 듣기 좋은 것, 내 좋아하는 것이 옳고 바른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건 아이일 때만으로도 충분하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은 도덕교과서에 다 나와 있다.
11. 진짜 어른이 되고 싶걸랑 중학교 도덕교과서를 다시 공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