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집안 곳곳을 손봤다. 보수에 필요한 물건은 다이소에서 사 왔다. 새벽에 꿀차를 태우고 앉아 손볼 곳을 곰곰 메모지에 적다 보면 아침 시간이 훌쩍 갔다. 아이들과 아내를 배웅하면 일이 시작된다. 일은 사소한 것이라도 일단 벌였다 하면 물 먹는 하마처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지난 주말 거실 창닦기를 끝으로 얼추 집안 보수를 마쳤다. 쓴 애에 비해 표는 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아내와 나의 첫 번째 집이 아니던가. 마땅히 그럴 가치가 있는 곳이다.
집을 손볼 때 책은 읽지 않았다. 상그러운 정신머리로 책을 대하고 싶지 않았다. 글은 새벽 일찍 짓고, 손볼 곳 메모로 머리를 식혔을 뿐이다.
어제부터 손에 든 책은 <굴욕을 대하는 태도>다. 부제가 ‘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다. 어제 아침엔 서문과 목차를 찬찬히 읽었다. 오늘 아침엔 목차에 밑줄을 가장 많이 그은 ‘주더’(71쪽) 이야기부터 읽어나갔다.
첫 단락을 읽고 글 읽기를 멈추었다. 메모장에 서문의 두 줄과 함께 71쪽 한 대목을 필사했다. 참 좋은 문장들이다.
‘현실을 살면서도 시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합니다.’(시성 두보와 조선 중기 시인 이달을 두고 한 말)
‘인생의 목적은 끊임없는 전진에 있다. … 고난이 심할수록 나의 가슴은 뛴다.’(프리드리히 니체의 잠언)
‘인(仁)은 공경, 관대, 믿음, 민첩, 은혜 이 다섯 가지를 행할 수 있으면 될 것이니라.’(공자와 자장의 대화 중)
나는 위 문장들을 이렇게 다시 썼다.
‘인간은 현실을 살면서도 저마다의 세계를 구축할 운명에 처한 동물이다.’
‘인생은 응전과 실행의 연속이다. 고난이 심할수록 가슴이 약동한다. 고난은 때가 되면 인간에게 확고한 경험칙이란 상을 내린다.’
‘공경하면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너그러우면 사람을 얻는다. 믿음이 있다면 일을 맡는다. 민첩하면 일을 이룬다. 은혜로우면 사람을 부린다.’
위 문장을 풀어 이리 엮었다.
“우리는 지극한 현실을 살아내야 한다. 그러는 중에 자기만의 견고한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생은 그야말로 도전과 실행의 연속이다. 고난을 고행으로 여기지 말라. 그대를 도약시키는 신묘한 약이니. 때가 되면 고난은 그대에게 자신감이란 상을 준다. 그 자신감을 갖고 어기차게 나아가라. 거짓, 기만, 농락은 안 된다. 매사 공경하고 겸손하라. 범사 근면하고 관대하라. 베풀고 믿어라. 그게 그대가 종내 바로 서는 길, 바로 사는 길일진저. 그게 나그네의 여로일진저. 명심하라. ‘그만큼 위대한 것이 사라지려면 그보다 더 큰 전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웅장한 아침을 맞이하자.
*“그만큼 위대한 것이 사라지려면 그보다 더 큰 전조가 있어야 한다.”(셰익스피어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