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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r 06. 2020

코로나19의 충격은 항공/여행 산업부터

그리고 서서히 도매/소매/소매자에게 눈덩이 불어나듯 돌아올거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여객 수요가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한국발 여객기 입국 제한 조치에 ‘녹아웃’ 됐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하늘길이 80%이상 막혔고, 대형항공사도 여객 수송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거리 노선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뜨지 못하는 여객기의 주기료(주차 비용) 수억원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임금 체불 상황까지 다다른 항공사들은 저마다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발 입국 제한 지역은 계속 늘어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는 96곳으로 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과 유럽 노선을 비롯한 장거리 노선을 대폭 감축하고 나섰다. 우선 대한항공은 미국 노선과 유럽 노선 25개 중 19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과 인천~프라하, 로마, 밀라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이스탄불 등 7개 노선의 운항은 내달 25일까지 중단됐다. 8일부터는 인천~로스앤젤레스(LA)노선이, 9일부터는 인천~시애틀 노선을 비롯한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댈러스, 벤쿠버 노선의 운항이 내달 25일까지 중단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시애틀 노선의 운항을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중단했다. 인천~호놀룰루 노선의 운항은 감편했고 LA와 뉴욕, 시애틀 노선도 감편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노선은 전체 7개 모두 운항이 중단되거나 감편됐다. 인천~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로마, 베네치아는 내달 24일까지 운항 중단하고, 인천~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는 모두 감편됐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수요, 국내 여행 수요 3가지가 모두 막혀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앞서 세워놓은 올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고, 지금으로썬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CC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에어서울은 신종 코로나 사태 전까지 정상 운항하던 국제선 11개 노선을 이달 22일까지 모두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부산은 32개 노선 가운데 4개 노선만 운항하고, 티웨이항공도 50개 노선 중 12개 노선만 운항한다. 진에어도 국제선 32개 가운데 15개만 운항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지금은 편수를 90% 가량 줄여서 2월 말 탑승률은 그나마 50%를 넘겼지만, 편수를 줄이기 전엔 10명도 못태우고 띄우는 편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특별히 잘한 건 없지만, 지원이 없으면 정말 3개월도 버티기가 힘들다"며 "이대로라면 6월 안에 도산하는 항공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날지 못해 수익 없는데 세워두는 비용만 수억원"
날개가 묶인 여객기는 모두 공항 주기고(지상 대기 장소)에 갇혀 있다. 주기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매일 비운항 여객기가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이 공항공사에 지불해야하는 주기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은 최대 3시간까지 주기료를 받지 않고, 그 이후부터 항공기 중량에 따라 30분당 요금을 부과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요즘처럼 여객기 80%가 서있을 땐 하루 주기 비용만 해도 수천에서 수억원대"라며 "날지 못하는 항공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매달 내야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회사 소유인 격납고에 비행기를 채워두는 방안도 고안했지만, 격납고엔 2대 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아 비용을 절감하기엔 택도 없다"며 "이런 이유로 항공사들이 공항공사에 주기료 감면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한 일부 항공사는 리스사와 협의해 새 기종 도입 시기를 늦췄다. 에어부산은 당초 올 5월 이후 A321 NEO LR 등 항공기 3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여파로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리스사에 도입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으로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업을 하면, 정부가 직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모두 1256곳에 달한다. 전체 신청 건수(4408건)의 28.5%가 여행사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297개 여행사가 신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4.2배 많다.

텅 빈 성 마르코 광장… 전세계 여행업계 줄도산 공포 -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명 관광지 성 마르코 광장이 텅 비어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며 전 세계 여행 산업이 동반 침체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여행사들도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여행사 93곳이 폐업했다.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 여행객은 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8% 급감했고, 모두투어의 지난달 해외 여행객 역시 77% 줄었다. 중국은 물론 일본·동남아 지역도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실적이 꺾였다. 여기에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에 나선 국가가 크게 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말라붙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영등포의 여행사 김씨는 "사스·메르스가 터졌을 때에도 '다음 계절'에 떠날 여행 상품 예약은 꾸준히 들어왔었다"며 "지금은 여름·가을 상품 판매도 완전히 끊겼다"고 했다. 인터넷 여행 카페에는 '올 10월 유럽 여행을 취소했다' '겨울 미국 여행도 포기했다'는 식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여행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 여행업 종사자 10만여 명의 고용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국내 여행도 패닉


이번 위기는 한국인의 해외여행(아웃바운드)뿐 아니라, 한국인의 국내 여행(인트라바운드), 외국인의 한국 여행(인바운드)까지 여행업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8일 동안 제주 여행사 230곳이 171억원 규모 '제주관광진흥기금 특별융자 및 상환유예' 신청에 나섰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 관련 산업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도는 말 그대로 공황 상태”라며 “하루 평균 70여개 관광 관련 업체가 100억원 넘는 대출·상환유예 신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행업협회 여행정보센터에 따르면 우한 코로나 사태가 확산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달 5일까지 폐업 처리된 여행사는 93곳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폐업에도 세금 정산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폐업 행렬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는 정부에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관광업 전체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휴업 중 직업 훈련, 생활안정자금 융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업은 관광·숙박·음식·교통·문화·쇼핑 등과 긴밀히 연결된 서비스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특단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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