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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Mar 27. 2020

"나는 부자다(I’m rich)." 나도 부자되고싶다

괴짜뉴스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되는 제대로 된 마케팅

"나는 부자다(I’m rich)."자칫 거만한 졸부의 자화자찬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말이 26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천의 1면을 장식했다.답변의 주인공은 마크 큐반. 억만장자 기업가이자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로 알려진 큐반은 그동안 ‘돈 많은 괴짜’ 이미지가 강했다. 스포츠계 공식 별명은 'NBA 벌금왕(King of NBA fines)'.

자신이 보유한 매버릭스 경기를 보다가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항의와 욕설을 일삼아 붙여진 이름이다. 매버릭스 인수 후 20년 동안 21차례 징계를 받으면서 낸 돈만 311만5000달러(약 38억원). 우한 코로나(코로나19)로 리그가 멈춰서기 직전인 지난 7일에도 50만달러를 추가 적립했다. 그러나 우한 코로나로 농구 경기가 멈추자, 큐반은 다른 면모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리그가 전면 중단되자 시즌 중단으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근로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댈러스 홈 경기장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아레나에서 일하는 수백명의 시설 관리인, 청소부, 경호 인력은 해고와 고용이 유연한 미국 근로기준법상 임시고용에 가깝다. 경기가 없으면 임금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가운데 구단주이자, 홈 경기장 시설 지분 50%를 차지한 큐반이 먼저 나서 이들을 지원하기로 한 것.

큐반은 매버릭스 임시 고용인들에 대한 임금 지급과 별도로 우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연고지 댈러스 지역 의료진을 위해 이들이 편하게 자녀들을 맡길 수 있도록 ‘보육 수당’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인근 푸드뱅크와 비영리단체에는 10만달러를 긴급 지원했다. 경기가 차갑게 얼어붙을 수록 작은 온정은 빛을 발한다. 큐반을 필두로 곧 다른 NBA 구단주와 농구 스타, 프로 스포츠 스타들의 기부와 지원 행렬이 미국 전역에서 줄지어 이어졌다. CBS는 전문가를 인용해 "큐반과 매버릭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습격 당한 지역사회가 보여줘야 할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큐반은 1999년 4월 자신이 창업한 인터넷 기업 ‘브로드캐스트닷컴’을 포털 야후에 57억달러(당시 약 6조3000억원)에 팔아 억만장자 자리에 올랐다. 닷컴 버블이 터지자 2000년 꼴찌를 전전하던 매버릭스를 약 2000억원에 아예 사들였고, 이후 통 큰 투자로 전력을 강화시켰다. 매버릭스는 큐번이 구단주가 된 뒤 1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11년엔 사상 처음으로 리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당시 언론은 꼴찌팀에 10년 넘게 투자해 최강팀을 만든 큐반의 ‘구단주 리더십’에 주목했다. ‘나는 부자다’ 발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큐반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직원에게 돈을 줄 여력이 있다면 재난이나 질병 같은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평소보다 정확하게 임금을 챙겨줘야 한다"며 "그래야 통제력과 안전감이 생기고, 난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큐반은 바로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 시대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조급한 마음에 직원을 빨리 일터로 내몰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는 단순히 직원 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을 좌우할 기업 이미지가 걸린 중대사"라고 강조했다. 오는 4월 12일 부활전 전까지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 코로나로 인한 실물 경제 붕괴를 우려해 최근 누차 "미국은 다시 일해야 한다"며 ‘경제 정상화’를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큐반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시 하는 미국 젊은 소비자 층은 경제 정상화를 빌미로 직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는(unforgivable) 일’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태 직원이나 주주 처우에 신경 안쓰는 기업이나 업장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았던 것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직원 건강을 가벼이 여긴 회사가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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