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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Apr 10. 2020

없는 시장을 있는 시장으로 바꿔가는 게 게임 체인저

블루오션을 만든 안다르 요가복과 아기티셔츠  

요가나 필라테스를 해본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 고가의 해외 브랜드 외에는 선택할 운동복이 없었던 한국 요가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한국 토종 요가복’ 신화를 쓰고 있는 곳이 있다. ‘안다르’다. 2015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시작한 안다르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신을 포함해 4명이었던 직원 수는 올해 113명으로 늘었다. 주력 상품은 운동용 레깅스. 쫄쫄이 레깅스 하나로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뮬라웨어·젝시믹스와 함께 국내 요가복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로 손꼽힌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이 요가복을 만든 사람이 20대 후반의 젊은 워킹맘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4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안다르’ 신애련 대표가 지난 6월 7일 파주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 대표는 검은색 일색에서 벗어나 화사한 컬러의 레깅스를 입고 싶어하는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그대로 저격했다. 김상선 기자


“안다르 대표 신애련입니다. 14개월 된 딸 예서의 엄마이고 또 28세의 꿈 많은 청년이기도 합니다.”

지난 6월 7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안다르 본사에서 만난 신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기 엄마라고 믿기 힘들 만큼 앳된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이 풋풋했다. 하지만 일단 인터뷰가 시작되자 한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당찬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레깅스를 만들게 됐나.

“23살에 요가 강사를 시작하면서 기존 요가복에 부족함을 느꼈다. 체형의 결점을 보완해주면서도 여성스럽고 또 가격이 저렴한 요가복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룰루레몬·리퀴도 등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와 있었지만, 레깅스 하나에 10만원이 훌쩍 넘어 젊은 강사 입장에선 구매가 부담스러웠다. 반면 스포츠 브랜드의 레깅스는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지만, 디자인이 남성적이고 또 외국인 체형을 기준으로 해 한국인 몸엔 잘 안 맞았다.”



신 대표는 이 생각 하나로 남편(당시엔 남자친구), 지인 두 명과 함께 사무실도 없이 당시 살고 있던 집에서 요가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 자본의 대부분은 원단을 사는 데 썼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봉제 공장을 섭외하러 한 달 이상을 뛰어다녔다. 경험이 없으니 인터넷을 뒤지고 직접 찾아가는 등 무조건 발품을 팔았다. 겁을 먹기 보다 ‘하다가 잘 안 되도 젊으니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편하게 생각한 것도 힘이 됐다. 


처음 도전한 사업에 어려운 점도 많았겠다.

“원단부터 봉제·판매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당시 원단 시장에선 기능성 원단을 보여 달라고 하면 등산복 원단을 보여줄 만큼 요가복용 원단에 대한 이해가 적었다. 겨우 알아낸 원단업체를 찾아가 원단을 사고, 다음엔 봉제 공장이 모여있는 면목동에 가서 창문에 ‘오드람프’(요가복에 사용하는 무시접 봉제법)라고 쓰여 있는 공장이 보이면 무작정 들어가 '요가복을 만들 수 있냐'고 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마음씨 좋은 봉제공장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봉제공장에 줄 돈도 부족해 물건을 판매한 후 갚는 조건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일산(집)에서 공장이 있는 남양주까지 하루에도 2~3번을 오갔다. 패턴사를 따로 구하지 못해 샘플이 나오면 공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고치는 작업을 수없이 해야 했다. 당시 공장엔 피팅룸도 없어 테이블 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하루에 1000km를 움직인 적도 있을 만큼 부지런히 뛰었다. 그렇게 5개월. 첫 제품으로 슬리브리스·홀터넥 상의 두 가지와 7부·9부 레깅스 두 가지를 만들었다. 이를 사이즈별·컬러별로 나눠 총 48종의 요가복이 완성됐다.  


우선 판매 대상은 요가강사로 정했다. ‘강사가 입으면 학생들이 따라 입는다’는 업계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고 포털 사이트에서 전국의 요가·필라테스 학원 연락처를 수집해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예상대로 국내 요가복과 스포츠브랜드에선 찾기 힘들었던 화려한 프린트 요가복이 잘 팔렸다. 어떤 날은 800만원, 어떤 날은 2000만원까지 매출이 나왔다. 사업 시작 4개월 만에 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처음부터 잘 된 이유가 뭐였을까. 

“요가 강사들이 원했던 부분을 딱 집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쁜 요가복, 편한 요가복에 대한 니즈를 채워준 게 주효했다. 프린트 레깅스 외에도 레깅스마다 10컬러씩을 만들어 검은색 일색인 레깅스의 지루함을 해소시켰고, Y존 부위에 봉제선을 없애 민망함을 줄이니 반응이 왔다.”


컬러는 어떻게 선택했나.

“당시엔 시장에 나와 있는 원단 중에 고를 수밖에 없어 선택의 폭이 적었다. 먼저 검정·회색·남색을 기본색으로 하고 기존 요가복에는 없는 컬러, 내가 입고 싶은 컬러를 나눠 뽑았다. 지금은 규모가 커져 원사부터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하하”



여심을 집어낸 건 마케팅 전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느 브랜드에서 재고떨이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1+1이벤트에도 남다른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었다.  “우리에게 1+1 이벤트는 결코 재고떨이용 행사가 아니다. 레깅스를 사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꼈을 텐데, 레깅스를 처음 살 땐 검은색 아니면 회색 같은 기본 컬러를 사게 된다. 그런데 운동을 좀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핑크·그린 같은 화사한 색도 입고 싶어진다. 이때 1+1으로 상품을 묶어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 하나는 기본 컬러, 하나는 입고 싶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레깅스가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입는 하나의 '옷'으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택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수도 늘고 있다. 화사한 컬러를 입고 싶지만 주저하게 되는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그대로 적용해 마케팅 전략을 폈다는 얘기다. 


“검정·회색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다른 컬러의 레깅스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만든 것, 이게 내가 건드리고 싶은 포인트였다.”안다르는 지난해 17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네오플럭스·NHN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 5곳을 통해서다. 시장이 그만큼 안다르의 잠재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둔 소감을 물었다.“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준비하고 있는 게 많다. 이걸 다 보여주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3503630


5만9000원짜리 '아기 얼굴' 티셔츠 300억 매출 올린 쌍둥이 형제


자기 얼굴만 한 도넛을 양손에 들고 있거나 손가락으로 코를 파는 모습 등 귀여운 아기 얼굴이 옷 한가운데 큼지막하게 새겨있는 티셔츠. 이 옷은 지금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들 사이에서 ‘베이비 페이스 티셔츠’로 유명한 한국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의 히트 상품이다. 면세점뿐만이 아니다. 서울 홍대 인근, 명동, 가로수길 등 20~30대가 모이는 거리 어디에서나 티셔츠를 입은 이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국내에서도 인기다. 한 벌에 5만9000원인 이 티셔츠는 올해 상반기에만 300억원 어치가 넘게 팔려 나갔다.
       

아크메드라비의 성공은 브랜드를 론칭한 지 만 2년 만에 이룬 것이어서 더 놀랍다. 온라인 유통 기반으로 매장은 청담동 한 곳과 롯데 명동 등 면세점 6곳이 전부다. 지난 2017년 9월 처음 브랜드를 론칭하고, 그 해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엔 월 매출이 4억원 수준으로 뛰더니, 올해 1월 면세점에 진출하면서 월 매출 규모가 30억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총 매출액만 48억. 올해는 8월 말까지 누적 매출액 300억을 넘겼다. 단순한 디자인의 티셔츠로 이 정도 팔렸으면 인기가 사그러들만도 한데, 지금도 하루에 6000장씩 꾸준히 팔릴 만큼 인기다.


"귀여운 것 쉽게 산다" 노하우로 만든 아기 얼굴 티셔츠 


이 옷을 만든 사람은 구진모·구재모 형제다. 스스로 "얼굴도 성격도 비슷하다"고 할 만큼 닮은 일란성 쌍둥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동대문 밀리오레 지하에서 해외 명품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병행수입업체를 운영하다 2017년 사업을 접고 아크메드라비를 만들었다. 구진모 대표는 "동대문에 3개, 청담동에 1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수입 사업이 꽤 잘 됐다. 매출도 1년에 30~40억원이 나올 정도였으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는데, 2016년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음 해엔 어음 막기 힘들어질 정도로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수십 억원에 달하는 재고를 그대로 떠안아 살 길이 막막했던 그들은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란 생각으로 자본금 300만원으로 티셔츠를 만들었다. 프랑스어로 '인생의 정점'을 뜻하는 말 아크메드라비(Acmé De La Vie)를 브랜드명으로 정한 것만 봐도 당시 이들의 비장한 각오를 짐작할 수 있다.   


티셔츠를 아이템으로 택한 이유는.

(구재모 대표) "적은 자본으로 만들 수 있는 옷 중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면서 잘 팔릴 수 있는 옷이 뭘까 고민해야 했다. 12년의 사업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는 '사람들은 멋진 것 보다 귀여운 것에 쉽게 지갑을 연다'는 것이었다. 멋진 디자인의 옷은 찬사를 받을진 몰라도 일부 매니어 밖에 안 입는다. 반면 귀여운 옷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인 티셔츠를 귀엽게 만들어 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티셔츠에 사용한 아기 사진은 어떻게 구했나.  

(구진모) "이미지 판매업체의 수출용 판권 이미지를 사서 쓴다. 몇 천장의 이미지 중 고르고 골라서 정한 거다. 이를 다시 그래픽 디자이너가 티셔츠에 맞게 컬러 톤 등을 조정해 사용한다."

아크메드라비의 티셔츠들.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 사이즈는 1(L)과 2(XL)로 구성을 최소화시켰다. 이 중 반팔 티셔츠가 5만9000원이고, 가을·겨울시즌용 스웨트 셔츠와 후드티는 9만9000원·10만9000원으로 가격이 다르다. [사진 아크메드라비]


명품과 SPA 사이, 틈새시장을 찾아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험 삼아 밀리오레 매장에 걸어 본 첫날 바로 68장이 팔렸다. 가격도 그 자리에서 정했다. 그 뒤로 평소 매장 손님으로 인연을 맺고 지내던 몇몇 남자 연예인들이 입으면서 별다른 홍보 활동 없이 입소문이 났다. 


스타 마케팅 덕을 본 건가.

(구진모 대표) "영향은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올해 우리 옷이 대중에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2017년에 이미 '강남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남 지역에서 입는 사람이 많았다. 명품 브랜드 티셔츠를 입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SPA브랜드 티셔츠를 입기는 싫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5만9000원이면 국내 브랜드 티셔츠 치고 비싼 편이다. 

(구재모) "맞다. 보통 국내 브랜드 티셔츠가 3만원 대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디자인만 예쁘고 한 번 빨면 늘어져 버리는 티셔츠는 만들지 말자고 했다. 일단 가격 생각 안 하고 좋은 원단에 고품질의 그래픽까지 입혀 만들었다."


(구진모) "경험상 티셔츠는 6만원이 넘으면 팔기 힘들다. 판매 첫날 이를 고려해 '5만9000원'이라고 가격을 불렀고 이후 그게 가격이 됐다. 팔고 나서 따져보니 원가의 3.7배수 정도더라. 딱 유통마진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마진율이다. 여기에 착안해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유통 전략을 잡았다."


품질이 어떻게 다른가.

(구재모) "티셔츠라고 하니 쉽게 만드는 줄 아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우리 스스로가 티셔츠를 많이 입고 좋아하니 평소 다른 티셔츠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을 보완하고 싶었다. 여러 번의 세탁에도 뒤틀리지 않는 티셔츠, 그래픽이 깨지지 않는 티셔츠를 만들려고 매일 집에서 세탁기·건조기에 샘플 돌려보기를 수백 번 했다."


아크메드라비의 티셔츠는 일반적인 티셔츠용 원단 대비 1.5배 이상 좋은 원사를 사용하고, 중량을 높여 두께를 두툼하게 만들어 사용했다. 목 부분엔 사방으로 직조한 '밀라노 립'을 사용해 쉽게 늘어나지 않게 했다. 그래픽은 딱딱하게 굳거나 깨지지 않도록 폴리우레탄 필름을 사용하고, 프레스 방식도 수 차례의 실험 끝에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해냈다.     


품질에 목숨 걸자 중국 진출길 열렸다  


아크메드라비는 특히 중국인 팬이 많다. 최근 판매량의 90%가 중국인 구매다. 하반기엔 아예 중국 대련 지역에 매장 5개를 낸다. 올해 매출 목표는 800억원.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매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인에게 인기를 끈 비결은.

(구재모) "우리도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우리 것을 사냐고. 그랬더니 첫 번째로 말하는 게 '원단이 좋다'는 거였다. 귀여운 디자인에 여러 번 빨아도 형태가 변하지 않고 그래픽이 잘 유지되는 점이 킬링 포인트로 작용했다."


수백 억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가 됐지만 구진모·구재모 대표는 아직까지 원단·봉제 공장을 직접 뛰어다닌다. 면세점 입점 준비를 위해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물건 포장과 배송 할 것 없이 모든 과정을 직원들과 함께하고, 퇴근은 밤 9시가 넘어야 한다. 구재모 대표는 "지금도 공장 사장님들은 우리를 디자이너인 줄 안다"며 수줍게 웃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구진모) "대부분의 스트리트 브랜드가 로고 플레이를 하는 것과 다르게 우리는 이미지로 접근해 성공했다. 아기 얼굴 다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우리만의 그래픽 이미지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3582882


https://news.joins.com/issueSeries/1022?cloc=joongang-article-sectiontitle


이외에도 재미있는 기사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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