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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Apr 10. 2020

안 입는 옷 빌려주세요 옷도 공유 시대

한 달에 50만원 수익을 벌어다 줄거에요 

'클로젯셰어를 처음 알게 된 건 국내에 ‘패션 스트리밍’이라는 서비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부터다. 패션 스트리밍은 옷을 구매하지 않고 대여해 입는 서비스다. 월정액을 내고 벅스·멜론에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보듯 매월 일정액을 내고 ‘공유 옷장’에서 다양한 옷을 빌려 입는 방식이다. 당시 대기업인 SK플래닛이 ‘프로젝트 앤’이라는 패션 렌털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고,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하는 '클로젯셰어'(회사명은 더클로젯)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당시 두 곳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본 뒤 내린 결론은 ‘실제 활용은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콘셉트는 신선했지만 과연 다른 사람과 옷을 공유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또 그 ‘공유 옷장’에 과연 내가 빌리고 싶은 옷이 있을지 의심이 컸다. 2018년 프로젝트 앤이 론칭 2년 만에 초라한 성적표로 사업을 접었을 때도 "그럼 그렇지"라고 동조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성주희 대표. 지난 2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우상조 기자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패션 렌털 서비스는 꽤 주목받고 있는 사업 분야다. 특히 미국에선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패션 렌털 스타트업 ‘르 토트’가 193년의 역사를 가진 백화점 ‘로드 앤 테일러’를 사들여 큰 화제가 됐다. 2009년 패션 스트리밍을 처음 시작한 또 다른 스타트업 ‘렌트 더 런웨이’는 지난해 1억2500만 달러(한화 1513억원)의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됐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미국 '블루밍데일스' 백화점과 패션 브랜드 '바나나 리퍼블릭'이 최근 의류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50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스웨덴 SPA브랜드 'H&M' 역시 지난해 11월 재단장한 스톡홀룸 매장에서 유기농 면과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의류를 월정액 서비스 형태로 빌려주기 시작했다. 중국의 ‘Y클로젯’은 월 이용자가 15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패션 렌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클로젯셰어'의 메인 홈페이지. 최근엔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위생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아래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가 제공한 옷, 가방 등 제품을 대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코너다.이처럼 세계적으로 패션 렌털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클로젯셰어가 묵묵히 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기업은 2년 만에 사업을 접었지만 직원 4명이 렌털용 가방 30개로 시작한 클로젯셰어는 이제 제품 수 3만3000개, 누적회원 10만명을 보유한 국내 1위 패션 공유 플랫폼이 됐다.  


지난해 8월엔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투자액 5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클로젯셰어의 서비스 노하우를 궁금해할 만큼 독보적인 노하우도 쌓았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 4명이 5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한 회사는 올해 경기도 광주에 1400평 규모의 스마트 물류 센터를 마련했다. 지난 1월엔 2018년부터 베타 서비스를 진행해 왔던 싱가포르 법인의 정식 서비스가 출시돼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간절기용 코트 한 벌을 4일 동안 빌리는 비용은 3만4000원. 멤버십에 가입하면 한 달에 5만5000~7만9000원으로 8벌(코트, 드레스류는 4벌)의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다."결혼식에 가려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었어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봄 직한 일을 클로젯셰어를 만든 성주희(34) 대표 역시 겪었다. 이 공유 서비스는 ‘이렇게 옷장이 터져나갈 만큼 옷이 많은데 정작 입을 옷은 없다’는 일반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옷을 사지 않고 빌려 입는다는 콘셉트는 일반적인 패션 렌털 서비스와 같지만, 사람들이 안 입는 옷을 모아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점에선 다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옷 제공자와 나눈다. 환경을 위해 옷을 덜 소비하는 게 최고의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시대, 패션의 공유 세상을 만들고 있는 성주희 대표를 만났다.  


클로젯셰어는 어떤 서비스인가.“안 입는 옷을 빌려줘서 수익을 내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옷을 마음껏 빌려 입을 수 있는 ‘공유 옷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 입는 옷으로 정말 수익을 낼 수 있나.

“가장 수익을 많이 낸 셰어러(옷을 제공하는 사람)는 지금까지 2400만원 이상의 대여 수익금을 가져갔다. 셰어러의 상위 20%는 매달 50만원 이상, 일반적으로는 월 3만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  


패션 렌털 서비스는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아마 시작 안 했을 거다. 수없는 테스트와 변화를 거쳐 지금까지 왔다. 첫 번째 사업 모델은 헌 옷을 수거해 에코백으로 업사이클링해 판매하는 소셜 벤처 ‘위브아우어스’였다. 쓸모없어진 옷에 새 생명을 주는 것은 지금의 클로젯셰어와 일맥상통하지만 헌옷 제공자를 위한 보상 체계가 약했다. 방향을 전환해 2016년엔 명품 가방 렌털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고 명품매장에 가서 150만~200만원대 명품 가방 30개를 사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렌털 대기자가 500명까지 생기는 걸 보고 이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7년부터는 가방과 함께 원래 콘셉트였던 옷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업 초기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결국 실패했다. 클로젯셰어가 살아남은 비결은 뭔가.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다. 대기업이 했던 것은 일종의 사입형 모델로, 기업이 먼저 물건을 사서 그것을 빌려주는 구조다. 반면 우리는 ‘사람’만 있으면 사업을 지속시킬 수 있다. 옷을 빌려주는 사람과 그 옷을 빌려갈 사람. 이들이 옷을 주고 받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다. 옷을 대신 관리하고 유통하지만 실질적인 재고 부담은 없다. 사입형은 엄청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당시 대기업이 100억원 정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 정도론 부족했다.”


보유한 옷의 양이 많다고 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빌리고 싶은 옷이 많은 게 중요하다.

“그 점에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제품을 준비할 때 무조건 고객의 니즈만을 생각한다. 제품, 브랜드, 가격 등 모든 것을 고객 니즈에 맞춘다. MD·디자이너 등 전문가의 안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빌려 가는 고객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다.”


어떻게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 구성을 했다고 자신하나.

“직접 물어봤으니까. 제품 구성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기 전 무조건 설문조사를 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서울 시내 20~30대 직장인 여성들이 모이는 거리와 카페를 찾아가 직접 물었다. 지금은 설문조사 담당 직원이 있지만, 초기엔 모든 직원이 직접 뛰었다.”


어떤 옷이 제일 인기가 좋은가.

“색상은 검정·파랑·회색. 스타일은 튀지 않으면서 격식을 갖출 수 있는 오피스룩이다. 품목으로는 원피스 대여가 가장 잘 된다. 겨울엔 코트가 인기가 높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된 비결은.

"아직 성공을 말하긴 이르지만, 굳이 꼽자면 빠른 테스트가 비결이다. 나의 장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실행력’이다. 성격상 머리에 떠오른 것을 바로 움직여 실행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가볍고 빠르게 다 테스트해 본다. 회사에선 1주일에 5~10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바로 테스트한다. 원래 스타트업에선 움직이는 만큼 회사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 기질이 스타트업에 딱 맞다.”  


창업 전엔 어떤 일을 했나.

“대학 졸업 직후 고향인 경남 고성에 내려가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다. 86년생이 동네에 나 하나밖에 없을 만큼 시골이라 동네 후배들에게 실용적인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다(※성 대표는 이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결국 학원 생활이 교육보다는 돈으로 연결돼 흥미를 잃었다. 대신 부업으로 하루 2시간씩 짬을 내 운영했던 원피스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길을 찾았다.”


위기의 순간은.

“2017년 셰어링 서비스 시작 당시 한 달 동안 아무도 자기 옷을 빌려주겠다고 나서지 않아 ‘이거 안 되는 모델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렌털 사업은 절대적으로 재고 싸움이다. 옷을 제공 받지 못하면 사업이 아예 안 된다. 직원들이 다시 밖에 나가 설문조사를 해보고 옷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의류 관리 체계를 다시 잡고 이를 홍보했더니 한두 명씩 제공자가 생겨났고, 1년 뒤부터는 매월 공급량이 10배씩 늘었다. 지금은 월 6000~7000개 정도의 옷이 들어온다.”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대단하다.

“시대가 그렇다. 중고 시장이 커지는 만큼 렌털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부침이 많다. 유사 서비스가 많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그만큼 실현이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제공 받은 옷을 자동으로 촬영하고 보정해 사이트에 올릴 수 있는 촬영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옷의 가치를 산정하는 자체 검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모든 제품을 트레킹 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시스템이 곧 준비된다.”


앞으로 계획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도록 개인 맞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옷을 찾아 제안해주는 방식이다. 올해 안으로 1차 버전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3718461


 '르 토트' 설립 3년 만에 매출 140억원 돌파, 기업가치 2098억원
저렴한 가격의 구독료·임부복 렌트·의류 판매로 경쟁사들과 차별화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 '로드 앤 테일러' 인수로 브랜드 입점 확장

최근 1826년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가 1억 캐나다달러(약 895억원)에 매각됐다. 인수자는 설립된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의류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인 '르 토트(Le Tote)'다. 부동산 자산은 기존 모기업이었던 허드슨 베이 컴퍼니(HBC)가 갖지만 로드 앤 테일러의 지적자산과 38개 매장 및 디지털 채널, 인벤토리 등에 대한 권리는 르 토트가 가진다. 온라인을 기반으로하는 스타트업이 정통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인수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 북미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사실 르 토트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패션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르 토트는 의류 구독 서비스 기업이다. 한 달에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넷플릭스처럼 옷을 구독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정기배송 모델과 렌탈을 결합한 방식이다. 2012년 설립돼 3년 만에 매출 1200만 달러(약 140억원)을 돌파했고, 170만 개의 의류를 배송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르 토트의 최근 기업가치를 1억8000만 달러(약 2098억원)로 평가하기도 했다.

 

옷을 어떻게 '구독'하는 걸까?

르 토트는 매월 구독자들로부터 의류에 따라 79~89달러를 받는다. 구독자들이 월정액권을 끊으면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의류를 선택하고, 르 토트는 그와 맞는 의류 물론 어울리는 가방, 주얼리, 스카프 등 액세서리까지 '토트'라는 박스에 담아 배송해준다. 배송과 반송 모두 무료이며, 대여한 옷에 대한 보험도 들 수 있다. 즉 옷에 얼룩이 묻거나 단추를 잃어버리는 등 옷이 망가지더라도 5달러만 추가로 내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또 르 토트의 최대 경쟁사로 '렌트 더 런웨이'를 거론하는데, 사실 렌트 더 런웨이와는 타깃층이 다르다. 렌트 더 런웨이는 드레스나 명품 의류 등 고급 의류를 취급한다. 때문에 같은 구독료(89달러)를 내도 최대 10개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받을 수 있는 르 토트와 달리 4개 품목만 빌릴 수 있으며, 명품 드레스의 경우 한 벌에 1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임부복을 빌려주는 것도 르 토트만의 장점이다. 사실 임부복 구독 서비스가 르 토트의 사업 초기 모델인데 이런 아이디어는 르 토트를 설립한 창업자 인도계 미국인인 라케시 톤든(Rakesh Tondon)의 아내 때문에 나온 것이다. 톤든의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톤든에게 "임부복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어. 임부복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 것. 그리고 그의 아내는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나 여동생과 임부복을 서로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브레트 노스아트(Brett Northart)와 르 토트를 설립했다.


게다가 구독자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점도 렌트 더 런웨이와 다른 점이다. 렌트 더 런웨이는 고가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화장품이나 스타킹, 속옷에 한해서만 판매를 진행 중이지만 르 토트는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의류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르 토트는 판매를 통해 수익를 내면서도 재고 관리가 가능해지고 고객들은 소매점보다 20%에서 최대 50% 저렴한 가격으로 의류를 구입할 수 있어 상부상조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르 토토는 '백화점'으로 뭘 하려는 걸까?

패션시장에서 가장 뜨고 있는 '패션 스트리밍'을 사업 모델로 하는 르 토트는 왜 쇠퇴하고 있는 정통 오프라인 채널인 '백화점'을 인수한 걸까? 먼저 현재 르 토트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는 150여 개다. 그런데 로드 앤 테일러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는 500여 개 수준으로 르 토트는 입점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또 38개 로드 앤 테일러 매장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토트 박스 배송은 2~3일가량이 소요된다. 만약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돌려보내고 받는데만 1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면 단 몇시간이면 토트 박스를 받아볼 수 있다. 사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공을 이룬 업체들의 오프라인 매장 활용 방안은 상당히 많다. 픽업 장소로 사용할 수도 있고, 쇼룸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포브스는 이런 르 토트의 로드 앤 테일러 인수에 대해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업체들을 인수했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업체들이 기존 업체들을 인수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로드 앤 테일러라는 사업체가 더 크기 때문에 르 토트가 인수한 것을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로드 앤 테일러는 투자자들에게 관심 없는 옛 사업체에 불과한 반면 르 토트는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19102915402680267https://www.asiae.co.kr/article/2019102915402680267


우울한 맨해튼 5번가와 대조되는 ‘옷장 없는 미래’ 꿈

미국 뉴저지주 시코커스에 있는 ‘렌트 더 런웨이’ 물류창고. 사진 렌트 더 런웨이미국 패션 중심지 뉴욕 맨해튼 ‘5번가’가 비어가고 있다. 2018년 9월 기준 리테일(소매점) 20%가 공실이다. 의류 브랜드 갭(GAP)은 이곳에 있던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를 폐점했고, 폴로(Polo)도 플래그십스토어 문을 닫았다. 타미힐피거(TommyHilfiger), 캘빈클라인(CK), 베르사체(Versace) 등의 브랜드도 이곳 매장을 이미 폐쇄했거나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이처럼 우울한 5번가의 분위기와는 달리 패션 업계의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로 불리는 미국 의류 렌털(대여) 업체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기인 제니퍼 하이먼과 제니퍼 플라이스가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온라인 의류 대여 사업에 넷플릭스와 비슷한 월정액 구독제를 도입하면서 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하고, 2016년 연간 매출액 1억달러(약 1130억원)를 돌파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패션 유통 생태계의 일면이다.
렌트 더 런웨이는 가입자로부터 30~159달러(약 3만4000~18만원)를 월정액으로 받고 유명 브랜드의 최신 의류를 대여해 준다. 월정액 규모에 따라 대여 횟수는 무제한까지 가능하다. 월정액이 부담스러울 경우 각각의 옷마다 다른 대여비를 지불하고 일회성으로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졸업·결혼·파티 등 각종 이벤트에 필요한 의류부터 일상복까지 카테고리별로 갖추고 있다.최근 기업가치를 10억달러(약 1조1370억원)로 평가받으면서 1억2500만달러(약 1421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2000만달러(약 213억원)를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공동 창업자 제니퍼 하이먼은 “우리는 ‘옷장 없는 미래(Closetless Future)’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는 여성들이 매일 무제한의 옵션에서 본인이 원하는 옷을 고를 수 있는 세상”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을 짚어본다.
비결 1│제조사 수익 채널 다변화
렌트 더 런웨이의 성공비결은 우선 의류 브랜드(제조사)의 수요를 충족시켰다는 점이다. 의류 제조사들은 렌트 더 런웨이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납품하면 기존의 ‘판매’와는 다른 ‘대여’라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다. 실제 클럽모나코(Club Monaco) 등 유명 브랜드들은 렌트 더 런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고 대여 수익 중 일부를 가져간다. 또 제조사들은 ‘경험 마케팅’의 플랫폼으로 렌트 더 런웨이를 활용한다. 고객이 대여한 옷이 마음에 들 경우 향후 실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은 물론 브랜드의 신흥 디자이너 신제품을 대중에게 미리 소개하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양사 간 구축한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을 통해 제조사는 렌트 더 런웨이의 소비자 DB를 신상품 개발로 연결할 수도 있다.
비결 2│밀레니얼세대 타깃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여를 통해 다양한 옷을 입어볼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세대는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SNS에 업로드하는 사진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의 주 타깃은 밀레니얼세대(1981~2000년생)로 이들은 같은 옷을 여러 번 입지 않고 충동적인 구매도 잦다. 대여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셈이다. 또 대여는 밀레니얼세대가 가진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대여가 일상화되면 옷장에 쌓인 오래된 옷을 버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세대는 사치보다 가치를 추구하는 특성이 있어 자연 친화적인 소비에 대한 포용성이 높다.
비결 3│빅데이터와 구독경제 효과
렌트 더 런웨이의 주 타깃은 밀레니얼세대를 포함한 20~40대 전문직 종사자다. 이 회사는 고객이 회원가입 시 직접 입력한 신체 정보를 토대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의류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천한다. 여기에 스마트 운송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당일 반환받은 의류를 즉시 검사하고 세탁한 후 같은 날 다른 고객에게 발송하고 있다.아울러 구독경제 효과도 누리고 있다. 앞서 2009년 이 회사는 여성들이 특별한 날 입을 만한 드레스나 사무실에서 입을 의류 중 고가로 분류되는 제품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출범했다. 이 회사는 2016년, 현재와 같은 구독제(Subscription) 서비스를 도입한 후 연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2023년 2조원 시장…한국은 아직 걸음마
미국 온라인 리세일(재판매) 업체 ‘스레드업’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과 소매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한 의류 판매 비중은 2018년 82%에서 2028년 68%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의류 대여 비중은 2%에서 4%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의류 대여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약 12억달러(약 1조3400억원)에서 2023년 약 18억달러(약 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한국의 의류 대여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6년 관련 업체들이 문을 열었다가 수익성이 악화돼 줄줄이 폐점했다. 2015년 SK플래닛이 론칭한 ‘프로젝트앤’과 스타트업 업체인 ‘윙클로젯’ ‘원투웨어’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이들 업체들은 패션에 관심이 있는 20~4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고 월정액을 받아 해외 명품 브랜드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최신 유행 아이템까지 대여해줬지만 실패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필요한 날 필요한 옷은 항상 ‘대여 중’이었다는 점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이미 월정액을 지불한 회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최선이 아닌 차선의 옷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탈퇴로 이어졌다. 이처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지 못한 건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투입이 있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plus point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한 남자가 상점에 진열된 옷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3월 27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의류업계의 플래그십 매장이 사라지고 있다. 타미힐피거(TommyHilfiger)는 2040㎡(약 617평) 규모의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플래그십 매장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다니엘 그리더 타미힐피거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캘빈클라인(CK) 역시 플래그십 매장의 문을 닫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미 문을 닫은 갭(GAP), 로드앤드테일러(Lord&Taylor) 등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2017년 폴로(Polo)가 5번가 매장의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폐점한 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패션피플’들이 모이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나 청담동, 가로수길 등에서 임대 포스터가 붙은 빈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조명숙 패션칼럼니스트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재편되고 소비자들의 입맛도 까다로워지고 있어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라며 “현재 10~30대인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생각을 읽지 못하면 노련한 기업도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향후 10년 이내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신유통’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우울한 5번가의 분위기와는 달리 패션 업계의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로 불리는 미국 의류 렌털(대여) 업체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9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기인 제니퍼 하이먼과 제니퍼 플라이스가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온라인 의류 대여 사업에 넷플릭스와 비슷한 월정액 구독제를 도입하면서 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하고, 2016년 연간 매출액 1억달러(약 1130억원)를 돌파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패션 유통 생태계의 일면이다.


미국 온라인 리세일(재판매) 업체 ‘스레드업’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과 소매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한 의류 판매 비중은 2018년 82%에서 2028년 68%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의류 대여 비중은 2%에서 4%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의류 대여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약 12억달러(약 1조3400억원)에서 2023년 약 18억달러(약 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한국의 의류 대여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6년 관련 업체들이 문을 열었다가 수익성이 악화돼 줄줄이 폐점했다. 2015년 SK플래닛이 론칭한 ‘프로젝트앤’과 스타트업 업체인 ‘윙클로젯’ ‘원투웨어’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이들 업체들은 패션에 관심이 있는 20~4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고 월정액을 받아 해외 명품 브랜드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최신 유행 아이템까지 대여해줬지만 실패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필요한 날 필요한 옷은 항상 ‘대여 중’이었다는 점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이미 월정액을 지불한 회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최선이 아닌 차선의 옷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탈퇴로 이어졌다. 이처럼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지 못한 건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투입이 있어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1&t_num=13606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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