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계절을 지나 발견한 나의 색

by TRILLIWON


1년 전 문득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 저는 아무런 색깔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것, 잘한다고 말하는 것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니 정작 제가 서 있는 위치와 저만의 농도를 잃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마음이 기우는지조차 흐릿했습니다.
그 막막함이 오히려 동력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감도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무엇에 미소 짓는지 살피는 일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장엄한 자연 앞에 서는 쪽을 택하고, 산보다는 바다를, 술 중에서는 와인을 아끼는 마음을 하나씩 확인해 나갔습니다. 우디한 숲의 향이 저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깊은 대화가 저를 채우는 소중한 조각이라는 사실도요.

돌이켜보면 이 조각들은 늘 거기 있었습니다. 다만 남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라 제 곁에 있던 것들을 제 것이라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조각들이 모이면 어떤 색이 될지 궁금해져 AI에게 물었고, 돌아온 답은 제게 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기획자님께 어울리는 색은 세이지 그린(Sage Green)입니다. 화려한 원색은 아니지만 어떤 색과도 유연하게 어우러지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색이며 이제 막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사람의 색입니다.”

그 문장을 마주하자 마음 한구석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색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만의 빛깔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니까요. 세이지 그린처럼, 튀지 않아도 은은하게 제 자리를 지키는 조각들이 겹겹이 쌓여 이미 조금씩 저를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나만 무향무취의 사람인 것 같아 불안하다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렴풋했던 나라는 사람이 한층 뚜렷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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