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그저 에너지 넘치고 신나는 노래라고만 생각했던 체리필터의 'Happy Day'. 한참을 잊고 지내다 운전 중 흘러나온 랜덤 재생 목록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무심히 도로를 달리다 마주한 가사들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고,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울컥해졌습니다.
"난 내가 말야, 스무 살쯤엔 요절할 천재일 줄만 알고."
어릴 땐 세상 모든 게 명확하고 간단해 보였습니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인 줄 알았고 특별한 빛을 내며 살 줄 알았죠. 하지만 막상 마주한 삶은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묵묵히 버텨내는 일에 더 가까웠습니다.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어릴 적 열이 나면 모든 고통을 잊게 해주던 그 달콤한 해열제처럼 복잡해진 인생의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해 줄 마법 같은 무언가를 꿈꾸곤 합니다. "어디론가 도망갈까"라는 노래 속 외침처럼 모든 걸 뒤로하고 싶다가도,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엽니다. 징그럽다고 투덜대면서도 그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가장 마음이 머물렀던 건 노래의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던 내 모습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어느 별로. 작은 일에도 날 설레게 했던 내 안의 그 무언가는 어느 별에 묻혔나."
아주 작은 일에도 가슴 설레고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 눈을 반짝이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어쩌면 그 아이는 어느 별에 묻힌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인 책임과 현실의 무게 아래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징그러운 일상을 버텨내는 지금의 무거운 발걸음이 사실은 그 찬란함을 지키기 위한 가장 치열한 항해일 테니까요.
오늘 하루만큼은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이고도 다정한 위로 한 마디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묻혀버린 줄 알았던 그 설렘이, 오늘 문득 당신의 곁에서 다시 반짝이기를 바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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