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의 이상과 현실

by TRILLIWON

여러분에게는 스스로 상상하는 '추구미'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의 지향점은 꽤 명확합니다. 세련된 수트를 갖춰 입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업계의 리더, 그 흐트러짐 없는 모습이 제가 그리는 추구미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저는 사뭇 다릅니다. 부스스한 머리에 목 늘어난 잠옷을 교복처럼 걸친 채, 자다 깬 눈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프리랜서가 저의 실상이죠. 수트의 빳빳한 깃 대신 턱 끝까지 올라온 이불의 온기가 저에겐 훨씬 더 익숙한 풍경입니다.


몸 관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추구미는 모델처럼 정제된 식단과 탄탄한 실루엣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정작 제 몸이 기억하는 건 어제 저녁의 달콤한 간식입니다. 풍미가득한 초콜릿과 바삭한 타르트 앞에서 저의 절제력은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말거든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느껴지는 그 직관적인 행복은 사진 속 모델의 미소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간극을 보며 자책하곤 했지만, 요즘은 이 괴리를 기록하는 게 꽤 재밌습니다. 멋진 수트를 입지 않아도 기획안의 날카로움은 여전하고, 때로는 타르트 한 조각에서 얻은 에너지가 막힌 아이디어를 뚫어주는 연료가 되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지향하는 추구미는 저를 달리게 하는 엔진이고, 헐렁한 현실의 모습은 엔진이 과열되지 않게 식혀주는 냉각수 같은 게 아닐까요? 완벽하지 않은 이 모습들이 모여 결국 입체적인 '나'라는 사람을 완성한다고 믿습니다. 오늘도 저는 잠옷 차림으로 수트 입은 미래를 그리며, 남은 초콜릿 한 조각을 즐겁게 입에 넣습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밸런스가 아닐까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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