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경우의 수

by TRILLIWON

이번 WBC에서 들려온 소식은 '기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수학적으로 계산된 희박한 경우의 수를 뚫고 8강행을 확정 짓는 과정을 지켜보며, 때로는 숫자가 가진 무기력함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사실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결과에 기대를 걸어야 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모든 우연이 겹쳐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느끼는 전율은 그 희박한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태도에 대한 보상처럼 다가옵니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일 비슷한 기록을 쌓으며 "이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죠. 목표에 닿을 확률이 계산기 속 숫자처럼 작아 보여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가 보여주었듯, 기적은 결국 0%가 아닌 아주 작은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제 자리를 지킨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그 엄청난 확률을 뚫고 해냈다는 소식이 유독 반갑게 들리는 건,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희박한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차례도 반드시 올 것"이라는 응원을 건네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에는 어떤 경우의 수가 놓여 있나요? 설령 그 확률이 낮아 보일지라도, 끝내 마주할 기적을 믿으며 오늘의 점 하나를 단단하게 찍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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