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라는 치열한 자리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유독 마음이 허물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고 나조차 내 마음을 돌보기 버거울 때, 문득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의 존재가 큰 다행으로 다가옵니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도 어색함이 없는 사이. 구태여 긴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나의 선택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관계. 그런 친구가 특별한 건, 아마도 나의 지금뿐만 아니라 이전의 모습까지 온전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내려놓게 됩니다.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화의 흐름이 무척 편안해서, 그저 시시콜콜한 근황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도는 기분이 듭니다. 마음에 쌓여있던 날 선 감정들이 조금씩 무뎌지고 엉켰던 생각들이 풀리는 경험은 오랜 인연만이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휴식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만난 친구도 제게 비슷한 말을 건네더군요. 요즘 너무 지쳐서 입맛조차 없었는데, 저와 마주 앉아 떠들다 보니 이제야 좀 입맛이 도는 것 같다고요.
인생을 살아가며 나의 결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성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에 보이는 성취보다 더 묵직하게 나를 지탱해 주는 건 결국 이런 단단한 연결일 테니까요.
부쩍 지쳤던 하루의 끝에, 아무런 설명 없이 마주 앉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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