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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건 Jul 16. 2015

태국 택시 기사와 흥정 하는 이유

[20대 여행 vs 30대 여행] 설렘과 두려움 사이


여행은 낯섦의 연속이다. 낯섦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20대 여행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일단 부딪혔다. 그러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갔다. 그럴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 실패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다. 점점 두려움이 설렘을 앞서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워졌다. 안전한 길을 택하게 됐다.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실패하면 돌이키기 힘들 것 같아 두려웠다.


물어물어 로컬 교통 수단 이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밤 늦은 시각 인도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로컬 버스로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지까지 이동했다. 인도 밤거리는 위험하다며 모두가 말리던 코스였다.


30대가 됐다. 두려움이 앞서면서 택시가 주 교통수단 됐다. 웬만한 거리면 택시 탄다. 설레는 경험보다는 두려움 덜어낸 안정이 더 중요해졌다.


사실 돈 문제가 크다. 20대 배낭여행자는 돈이 많지 않았다. 택시비 아끼면 하루치 식비, 혹은 하루 숙박비가 됐다.


새로운 경험, 설렘과 여유, 물론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억지로 의미 부여했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배낭여행자도 가끔은 택시 타고 편하게 여행 하고 싶었을 거다.

과도기가 있었다. 택시는 타되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 세웠다.


동남아 택시는 간혹 여행자에게 사기를 친다. 빙 둘러가거나 미터를 켜지 않고 흥정하려 한다.


태국에서 택시 탈 때는 아예 몇 가지 태국어를 준비했다. 최대한 여행객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능숙한 태국어 구사하듯 된소리 듬뿍 담아 목적지를 말했다.


빠이 까오싼 깝 (카오산 가주세요)


그럼 보통은 미터기를 켠다. 간혹 켜지 않고 흥정을 시도하면 이렇게  얘기했다.


메이다이 깝(불가능해요) 팽막막(비싸요)


이러면 택시기사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터기를 켠다. 미터를 켜고 안 켜고의 차이가 거의 두 배라 절대 흥정하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은 태국인과 비슷한 외모 덕을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젠 이렇게 신경 곤두서는 것도 피곤하다. 사실 태국 택시비 아무리 비싸야 2만 원 정도다. 전문 용어로 '눈탱이 맞았을 때' 기준이다. 정직하게 미터로 가면 1만 원 안팎으로 나온다.


택시 기사가 흥정을 시도하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맑은 눈빛으로 그렇게 하자고 한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너무 빡빡하게 굴지 않기로 했다.

현실의 나는 40대를 바라보는 30대다.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도전보다는 안정에 삶의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그래도 여행할 때만은, 설레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택시비 1만 원 아끼려고 로컬 버스 타는 '도전', 택시 기사와 기싸움 벌이며 얻은 '성취감' 대신, 30대가 할 수 있는 여행,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20대의 그것과는 다른 성취감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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