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Sep 06. 2018

나홀로 가라쓰 여행

가라쓰에서 보고, 느끼고, 즐기고, 맛본 것들에 대해


소소한 소도시의 매력으로 가득 찬 가라쓰 


후쿠오카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달려가면 소소한 소도시의 매력으로 가득 찬 가라쓰에 닿게 된다. 가라쓰는 사가 현의 작은 도시로 가라쓰(唐津, 당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먼 옛날 당나라와 조선으로 향하던 배들이 출항하던 항구 도시였다. 도시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옛날부터 항구도시로 번성했고, 깨끗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인근 해역에서 신선한 해산물도 많이 잡혀 먹을거리가 풍족한 지역이기도 하다.


가라쓰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무지개 솔밭'으로 불리는 니지노마쓰바라다. 약 400여 년 전 해풍을 막기 위해 심긴 것으로 가라쓰 성의 초대 번주의 지시로 조성되었다. 현재 약 100만 그루의 해송이 4.5km 해안을 따라 심겨 있으며 그 모습이 무지개처럼 굽어 있어 '무지개 솔밭'으로 불린다. 빽빽하게 심긴 소나무 숲 사이 자동차 도로가 나 있고, 이 솔밭 도로를 달리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게 가라쓰 여행의 백미다. 


가라쓰 시내 중심에는 무학성이라고 불리는 '가라쓰 성'이 우뚝 서 있다. 가라쓰 성은 과거 임진왜란의 전초기지로 사용되었던 히젠나고야 성터의 돌을 가져와 만든 성으로 성 안에는 옛 영주가 사용하던 유물과 미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가라쓰 성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복권 신사로 불리는 호토 신사가 있는 다카시마에 다다른다. 이 신사에서 기도를 하면 복권 외 당첨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속설이 있어 매년 20만 명이 넘은 방문객들이 다카시마를 찾는다. 섬 곳곳에 복권 가게가 있고, 각 복권 가게마다 행운의 부적(고양이, 사람 손)이 있다. 


가라쓰 성 옆에는 메이지 시대 석탄 왕으로 이름을 떨친 타카토리 고레요시가 살던 주택도 보존되어 있다. 일본 전통 가옥과 서양의 근대 건축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주택으로 메이지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먹거리가 풍부한 가라쓰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철판 스테이크다. 최고급 소고기로 평가받는 사가규를 가지고 철판 스테이크를 선보이는데, 가장 유명한 식당은 2014년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획득한 카라반이다. 가라쓰 시내에는 140년 역사를 가진 장어구이집 타케야도 있고, 니지노마쓰바라 중간에 위치한 가라쓰 버거도 유명하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가라쓰에서의 하루를 즐겨보자.


▲ 카가미야마 공원에서 내려다 본 니지노마쓰바라.




니지노마쓰바라, 虹の松原


무지개 솔밭으로 불리는 니지노마쓰바라는 17세기 초 가라쓰 성의 초대 번주였던 테라자와 히로타카(寺沢広高, 1563~1633)의 명령에 의해 조성되었다. 당시 강한 해풍으로 농작물과 주택 피해가 자주 있자 이를 막기 위해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방풍림 조성 사업이 400여 년을 지나면서 현재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졌다. 


니지노마쓰바라의 길이는 4.5km, 폭 500m의 땅에 약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토시마에서 202번 국도를 따라오다 347번 국도로 접어들면 솔밭이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다. 길이가 4.5km나 되기 때문에 약 15분 동안 솔밭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무지개 솔밭이라는 별명은 소나무 색깔이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하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닌 솔밭이 조성된 모양이 마치 무지개처럼 굽어 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조사한 ‘21세기 남기고 싶은 일본의 풍경’에 선정되었고, 일본의 특별 명승지로 관리되고 있다.


▲ 무지개 솔밭으로 불리는 니지노마쓰바라.


니지노마쓰바라를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 중간중간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솔밭을 거닐어보자. 솔밭을 가로질러 그 끝에 다다르면 기대하지 않았던 해변이 펼쳐진다. 빽빽이 심어진 솔밭 때문에 바로 옆에 바다가 있다는 것조차 잊었다. 그만큼 바람을 막는 데 소나무가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니지노마쓰바라의 소나무를 자세히 보면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따라 조금씩 누운 모양이다. 니지노마쓰바라 중간에는 가라쓰의 명물 가라쓰 버거가 있고 카가미야마 공원의 전망대에서는 니지노마쓰바라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4.5km의 솔밭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 솔밭 끝에는 푸른 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FuLimgqskvL2



가라쓰 버거, からつバーガー


가라쓰 시의 명물이자, 무지개 솔밭 니지노마쓰바라 안에 위치한 햄버거 집이다. 니지노마쓰바라 드라이브 여행을 즐기는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 들려 가라쓰 버거를 맛본다. 렌터카를 타고 니지노마쓰바라를 달리다 보면 커다란 공터에 낡은 버스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가라쓰 버거(からつバーガー)라는 빨간 간판이 함께 보인다. 놀랍게도 문을 연 지 50년이 넘은 니지노마쓰바라의 터줏대감이다. 


가라쓰 버거의 대표 메뉴는 치즈, 햄, 달걀프라이, 버터를 재료로 한 스페셜 햄버거(スペシャルハンバーガー, 490엔)다. 햄버거를 주문 후 차 번호를 말해주면 직접 차로 배달해준다. 따로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기 때문에 다들 차 안에 앉아 햄버거를 맛본다. 


햄버거 맛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메이드 햄버거 같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맛. 사실 햄버거 맛은 뛰어나지 않지만 소나무 숲 속에서 먹는 햄버거라 조금 특별한 맛으로 느껴진다. 


▲ 니지노마쓰바라 안에 위치한 가라쓰 버거.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AiACgbSCNp32



카가미야마 공원, 鏡山公園


가라쓰 시 뒤편 카가미야마(鏡山)에는 니지노마쓰바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카가미야마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렌터카를 타고 올라가는 게 가장 편하며, 걸어갈 수도 있지만 힘들다. 카가미야마 공원은 해발 284m에 위치해 있다. 


공원에 도착하면 카가미야마 전망대(鏡山展望臺), 히레후리 전망대(ひれふり展望臺)를 안내하고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니지노마쓰바라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는 카가미야마 전망대다. 카가미야마 전마앧는 아찔한 낭떠러지 절벽 위에 세워져 있다. 전망대 끝 난간에 올라서면 아찔한 기분이 든다. 


전망대 입구 쪽에는 전쟁터로 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의 주인공 사요히메(佐用姬)의 동상이 있다. 사요히메가 그리워한 연인은 멸망해가는 백제를 돕기 위해 출정한 왜의 원군으로 전쟁터에 나갔다고 한다. 카가미야마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연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는 사요히메의 이야기는 이후 일본의 많은 문인들의 시와 노래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 해발 284m 카가미야마 전망대. 니지노마쓰바라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날씨 운이 따라 준다면 니지노마쓰바라가 펼쳐진 가라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100만 그루의 소나무와 그 뒤편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 가라쓰, 그리고 푸른 바다와 그 앞에 떠있는 작은 섬들까지 파라노마 샷으로 모든 풍경을 한 장에 담아보자.


카가미야마 공원은 봄에 피는 벚꽃과 철쭉을 즐기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철쭉 공원이 따로 있을 만큼 넓은 대지에 철쭉이 심어져 있고, 공원 중간중간 벚나무들은 따뜻한 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공원이 가장 붐비는 시기는 4월과 5월 봄이다. 


▲ 아찔한 절벽 위에 세워진 전망대.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nmzPo1ud3qE2



가라쓰 성, 唐津城


학 한 마리가 춤추듯 내려앉은 것 같다 해서 무학성(舞鶴城, 마이즈루조)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라쓰 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자 가라쓰 성의 초대 번주인 테라자와 히로타카(寺沢広高 1563~1633)에 의해 축성되었다. 건설 기간은 7년. 임진왜란의 전진 기지로 사용되었다가 폐성 된 히젠나고야 성터(肥前名護屋城)의 돌을 가져다 성을 지었다. 


가라쓰 시내 한가운데 있어 가라쓰 시내를 돌아다니가 보면 항상 저 멀리 눈에 띈다. 가라쓰 성 중심에는 5층짜리 천수각이 서 있다. 천수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소장하고 있는 전시품들이 볼거리가 떨어져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도 천수각 꼭대기 5층 전망대에 올라서면 가라쓰 시의 전경과 가라쓰 앞바다가 360도 뷰로 바라보인다. 가라쓰 성 북쪽으로 도리시마(鳥島)와 다카시마(高島)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해변을 따라 니지노마쓰바라가 펼쳐진 모습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마츠우라 강과 다리들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쪽으로는 가라쓰 역을 비롯해 가라쓰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무학성으로 불리는 가라쓰 성. 임진왜란의 전초기지였던 히젠나고야 성터에서 돌을 가져와 성을 지었다.


가라쓰 성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벚꽃이 피는 봄과 등나무 꽃이 피는 초여름이다. 가라쓰 성으로 올라오는 계단 양쪽으로 벚나무들이 심겨 있어 봄마다 벚꽃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또한 벚나무가 있는 계단을 지나면 수령 100년 이상 된 등나무가 머리 위를 뒤덮고 있다. 5월 말이나 6월 초가 되면 이 등나무에서 꽃이 피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밤의 가라쓰 성은 또 다른 모습. 성벽을 따라 조명이 밝아오면서 가라쓰 성이 푸르게 빛난다. 또한 마츠우라 강을 따라 늘어선 가로등에도 불이 들어오면 가라쓰의 밤 풍경이 완성된다. 밤에는 가라쓰 성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 마츠우라 강변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면서 가라쓰의 야경을 즐겨보자. 가라쓰 다이이치 호텔 리비에르(唐津第一ホテルリベール)에서 머문다면 이 풍경을 방에서 즐길 수 있다.


▲ 가라쓰 성의 야경, 마츠우라 강을 따라 늘어선 가로등과 잘 어울린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GDwiVa4go112



다카시마, 高島


가라쓰 앞바다에 위치한 다카시마는 주민 30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 이 작은 다카시마를 방문하는 한해 방문객이 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찾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카시마를 찾는 이유는 복권 신사라는 별명을 가진 호토 신사(宝当神社)에 가기 위해서다.


호토 신사에 참배를 하고 복권을 산 후 거액에 당첨되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일본 전역에서 방문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복권에 그다지 관심이 없더라도 다카시마는 방문해볼 만하다. 귀여운 고양이들도 많이 볼 수 있고 1인 편도 200엔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섬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여객선이 하루에 여섯 편 정도 운행 중이며, 만약 시간이 맞지 않아 배를 놓쳤다면 편도 1인 500엔에 수상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 복권 신사로 불리는 호토 신사가 있는 다카시마.


섬이 워낙 작기 때문에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다카시마에 있는 호토 신사는 1768년에 세워졌는데 1990년대 마을 주민이 복권을 사고 이 신사에 기도를 드린 후 거액에 당첨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호토 신사의 이름인 호토(宝当)는 ‘보물 또는 보배를 받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로 신사 이름에서부터 재물을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사 앞에 참배 방법이 안내되어 있고, 입구에서는 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부적을 판매하고 있다.


호토 신사에서 나와 항구 쪽으로 가다 보면 행운의 고양이 마네키네코(招き猫)가 그려진 복권 가게가 보인다. 이 가게에는 갓 핸드(ゴッドハンド)를 가진 카이운 카짱 (開運母ちゃん, 행운 엄마)이 있다. 신의 손이라는 뜻의 별명이 붙은 이유는 복권을 산 후 이 아주머니의 손을 잡으면 고액 복권에 많이 당첨된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실제 당첨 사례를 벽면에 붙여놓아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미신이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 이곳에서 복권을 산다면 아주머니의 손을 한 번 잡아보자.


다카시마 복권 가게에는 외국인도 살 수 있는 즉석 복권을 판매하고 있다. 복권 가격은 200~500엔 정도. 기념으로 한 번 사볼만한 가격이다. 다카시마를 다 돌아보는 데는 약 1시간이면 충분하다. 


▲ 짧은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카시마.

다카시마 호토 신사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jSht4anUUD62

다카시마 행 선착장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44wGw5XetHP2



구 타카토리 주택, 旧高取邸


구 타카토리 주택은 메이지 시대 석탄으로 큰 부를 이룬 타카토리 고레요시(高取伊好)가 살던 집이다. 2,300평에 달하는 땅에 자신의 집을 지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일본 전통 건물과 서양식 건물을 함께 혼합해 지었다. 집 입구를 기준으로 한쪽은 목재에 기와를 올린 일본 전통 가옥이 있고, 또 한쪽에는 서양식 벽돌로 쌓은 근대 건축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개방의 시대인 메이지 시대에는 서양의 기술은 받아들이지만, 정신은 일본의 전통 정신을 이어간다는 화혼양재(和魂洋才)의 정신이 강조되었다. 구 타카토리 주택은 그 사상이 건축물을 통해 재현된 예다.


주택 내부로 들어가면 이렇게 동서양이 혼재된 건축양식을 보다 더 느낄 수 있다. 다다미와 목조로 이루어진 일본식 방과 소파와 책상, 난로가 있는 응접실, 그리고 유럽에서 들여온 타일로 만든 화장실까지 방과 방을 지날 때마다 일본과 서양의 모습이 번갈아 나타난다.


구 타카토리 주택의 하이라이트는 스기토에(杉戸絵, 문짝에 그린 삼나무 그림)와 노부다이 (能舞臺, 가면극을 볼 수 있는 연극 무대)다. 문짝에 그려진 삼나무 그림이 당시의 호화로운 생활과 일본의 번영을 보여주는 듯하다. 집 내부에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무대까지 마련해 놓고 밤마다 노부다이 가면극을 즐겼다고 하니 타카토리 고레요시가 쌓은 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일본과 서양의 건축물이 혼재된 구 타카토리 주택.
▲ 메이지 시대 당시 최상류층의 삶이 어떠했을지 보여준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8Mn4fo737qF2



타마고이로노 케키야상, たまご色のケーキ屋さん


신선한 계란으로 정성스레 롤케이크를 만드는 곳이다. 롤케이크의 핵심 재료인 계란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닭들을 방목해 키우면서 달걀을 낳게 한다. 이곳의 주인장은 19살 때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양계장을 물려받아 24살 때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러한 자부심 때문인지 롤케이크 가게에서 케이크의 맛이 아닌 계란의 신선함과 건강함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뛰어난 케이크의 맛은 내세우지 않아도 이미 입소문이 났다.


타마고이로노 케키야상은 일반 개인 주택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 간판이 없었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하다. 집 안에는 작은 일본식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마루가 깔린 방 안에는 4~5개 테이블이 전부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싯토리 롤(しっとりロール, 295엔). 

평범해 보이지만 이제껏 먹어본 롤케이크 중에서 가장 뛰어난 맛이다. 롤케이크의 식감은 쫀득하면서 부드럽다. 처음 씹을 때는 조금 질긴가 싶지만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롤케이크 사이에 있는 생크림 역시 부드럽다. 너무 달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롤케이크와 함께 주문한 잘 내린 커피 한 모금이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롤케이크를 먹고 나면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엇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집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었더라면 반드시 단골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직접 계란 농장을 운영하며 롤케이크를 만드는 타마고이로노 케키야상. 
▲ 일반 개인 주택을 개조해 문을 열었다. 편안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tfUsSkLg2J62



카라반, キャラバン


2014년에 출간된 미슐랭 가이드 후쿠오카, 사가 특별판에서 별 하나를 획득한 레스토랑이다. 사가를 대표하는 사가규를 선보이는 철판구이집으로 1979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2대째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사가규가 워낙 고급 소고기이기 때문에 기본 7,000~10,000엔을 생각해야 한다. 


점심때 방문한다면 A5 등급의 사가규로 만드는 함바그를 2,000~3,000엔 내외로 즐길 수 있다. 카라반 함바그는 냉동 포장되어 인근 공항이나 면세점으로 판매할 정도로 인기 있다. 점심, 저녁 세트 메뉴에는 샐러드와 수프, 밥, 디저트, 커피가 포함되어 있다.


미슐랭 가이드북 심사 시 평가하는 것은 맛뿐만이 아니다. 식당의 위치, 인테리어, 서비스까지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카라반은 음식 맛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와 서비스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메뉴 중 비교적 저렴한 함바그 코스라도 매우 체계적이고 매끄럽게 진행된다. 무엇보다 메인 셰프인 주인장의 유쾌함과 넉살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한다. 철판에 채소와 고기를 구우면서 손님과 계속 대화를 주고받는다. 


재료에 대한 설명부터 가라쓰에 대한 이야기, 농담까지 던져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에서 가져왔다며 한복을 입은 인형과 하회탈까지 보여주며 대화 소재를 만들었다. 서빙을 하는 웨이터들은 말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다음 코스로 안내한다. 메인 요리인 사가규뿐만 아니라 샐러드, 수프, 밥과 디저트까지 모든 음식의 맛이 균형 잡혀 있어 다 먹고 난 뒤에는 ‘참 잘 먹었다’는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 미슐랭 별 하나를 받은 카라반.
▲ 비싼 사가규가 부담스럽다면 A5등급의 사가규로 만든 함바그를 맛보자.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4GzhU273x1w



타케야, 竹屋


140년 전통의 장어구이집 타케야. 오래된 역사만큼 전통 가옥에서 느껴지는 예스러움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타케야 건물은 메이지 시대 지어진 목조 건물로 국가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입구 바로 옆에 장어를 굽는 주방이 있어 신발을 벗으면서부터 장어 굽는 향에 취해 군침을 삼키게 된다.


오랜 세월 수많은 손님들이 드나들었기 때문인지 마루 바닥은 윤이 날 정도로 반들반들하다. 장어구이 전문점인 만큼 메뉴는 모두 장어구이다. 단, 장어를 먹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메뉴가 나뉘어 있다. 구운 장어를 따로 내어주는 정식 코스 (2,620엔)와 구운 장어를 밥 위에 올려주는 돈부리(덮밥) 코스(2,260엔)로 나뉜다.


돈부리는 밥에도 장어 양념이 배어 있어 짭조름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장어의 맛을 깔끔하게 즐기고 싶다면 정식 코스를 선택하고 입안 가득히 장어의 맛과 달달함을 맛보고 싶다면 돈부리 코스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코스를 선택했다면 장어의 양을 선택하면 된다. 4조각부터 8조각까지 자신이 원하는 양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모스이(肝吸い)라는 장어 간으로 끓인 수프를 추가할 것인가를 선택하면 메뉴 주문이 완료된다.


140년 역사를 가진 만큼 맛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의 특징인 평범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 그런 맛을 낸다. 장어에 발린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고 장어와 잘 조화를 이루며, 밥도 고슬고슬 잘 지어졌다. 


▲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타케야 건물
▲ 마루 바닥이 맨들맨들 윤기가 돈다.
▲ 140년 전통의 장어구이집 답게 맛은 보장한다.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FhAT3E46XVP2



하치 스테이크, ステーキハウス蜂


1974년부터 시작한 철판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가라쓰에 본점이 있으며 후쿠오카 하타카와 텐진에 각각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옛날 경양식 분위기의 가라쓰 본점은 가라쓰 시내에서 살짝 벗어난 교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가게 외관과 내부에서는 중후함이 느껴진다.


하치 스테이크에서는 요리사가 직접 불판에 구워주는 철판 스테이크와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주는 함박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코스 메뉴로는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한 하치 코스(蜂コース, 9,000엔), 전복이 메인인 전복 코스(あわびコース, 13,500엔), 랍스터가 메인인 랍스터 코스(車えびコース, 12,000엔)이 있다.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가격이 많이 비싼 편이다.


만약 좀 더 실속 있게 즐기고 싶다면 평일 한정 런치 세트(3,850엔) 또는 호주산 쇠고기 세트(2,300엔), 함박 스테이크 세트(1,200엔)를 주문하면 된다. 


샐러드 소스부터 스테이크 소스까지 전부 직접 만들기 때문에 하치 스테이크만의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197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하치 스테이크
▲ 가장 저렴한 1,200엔짜리 함박 스테이크 세트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zcPyR2bFmWE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