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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l 29. 2024

프롤로그_백수 부부에게 서울살이는 사치일지도 몰라

백수 부부의 흔한 서울 탈출기


저는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생 때 서울로 전학 온 뒤로 쭉 서울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 기억 속 삶은 대부분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죠. 그래서 스스로를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서울에서 태어나 초, 중, 고 그리고 회사원의 삶까지 쭉 서울에서만 살았으니 분명한 서울 사람입니다. (군 시절만큼은 강원도에서 보냈다고 하네요.)


서울 사람인 저희는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습니다. 서울의 한 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언덕이 높은 서울의 한 빌라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으며, 함께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가 되었습니다. 부부로 함께하게 된 저희의 삶도 자연스럽게 온통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죠.


그러다 작년 여름, 부부 동반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며 1년간 세계 시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행이 끝나자 다시 서울 시민으로 복귀했고요. 저희 부부 둘 다 서울 말고는 연고지가 없었던지라 서울로 돌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죠. 그런데 서울의 집값은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 비싸졌더군요. 세계여행 후 남은 돈으로 서울에서 집을 구하기엔 무리일 것 같았어요. 뭐, 어디든 구해 볼 수 있겠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을 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고요. 백수부부가 되었더니 대출도 쉽지 않더라고요.


부동산 앱으로 매물 리스트를 살펴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수 부부에게 서울살이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고요.



이참에 다른 도시로 눈을 돌려보자 싶었어요. 당장 발이 묶인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출퇴근해야 할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백수부부의 장점을 마음껏 이용해 볼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국내 한달살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딱 맞는, 살고 싶은 도시를 찾을 것!이라는 미션을 가지고요. 사실 아직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했습니다만, 10분 이내에 도서관과 런닝할 수 있는 공원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해 봤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한달살기를 하며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고요.


'국내 한달살기하며 살고 싶은 도시 찾기'에는 치명적인 문제 하나가 있는데요. 바로, 2년 계약의 전월세의 가격보다 한 달 단기 숙박비가 두 배 이상은 비싸다는 것이에요. 안 그래도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백수부부인데 매달 비싼 단기 숙박비를 지불하려니 가계부를 작성할 때마다 이러다 정말 굶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국내 한달살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타인에 의해 선택된 지역이 아닌 내가 직접 선택한 도시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살며 한국에서 제 스스로 삶의 터전을 선택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대체로 상황과 타의에 의해 결정된 곳에 살았죠. 맘에 들던 들지 않던 말이에요. 


또, 저는 추후 작은 가게를 열고 싶은데요. 가게를 오픈하고 나면 그곳에 진득하니 살아야 할 테니 지금처럼 여러 곳에 살아보는 경험을 하긴 어렵겠죠. 그렇기에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지금이 살고 싶은 도시를 찾아 나서기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인스타 맛집 리스트를 보고는 그 주말 바로 맛집 데이트를 하는 것이, 인터넷으로 무엇을 주문하든 하루면 받아보는 것이 당연했던 저희가 이런 이유들로 서울 탈출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서울 탈출이라고 갑자기 인적 드문 시골마을로 간다던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에 살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평생 서울에서만 살아왔기에 느끼지 못했던 다른 도시의 장점을 찾아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보겠다는 것입니다. 그곳은 서울과 가까운 인천과 경기도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대전, 대구, 부산이 될 수도 있겠죠.


저희 부부의 국내 한달살기 여정은 자금이 모두 소진되거나 맘에 쏙 드는 도시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아요. 부디 자금이 소진되기 전에 저희를 사로잡는 도시를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글은 국내 한달살기 첫 여정인 충청남도 서산에서 쓰고 있답니다. 그렇기에 저희 부부가 서울 탈출에 성공할지 아직 저희도 그 여부를 알지 못합니다.


과연 저희 부부는 서울을 탈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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