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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가진 Feb 04. 2024

[필리핀] 영어갈증 해소하러 세부어학연수 가다 [1]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서문
나의 영어에 대한 갈증은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시간을 되감으며 생각해 보니 대학교 영어회화 모임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자극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익학원, 회화학원을 다녀봤지만 외국인 앞에 서면 Hello 한마디도 굳은 표정으로 버벅거렸다. 그러다 해외취업이라는 목표가 생기자 영어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했고, 그때 필리핀 3개월 어학연수 광고를 보자마자 바로 예약을 했고,  떠나던 그날 본격적인 해외생활이 시작이 되었다. 그럼 지금 나의 영어는 업무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냐고 물어본다면, 글쎄요다.


목차 쓰기

1. 세부로 오기까지 이야기

2. 어학원 그리고 세부 적응기

3. 두며의 일본인 방돌이

4. 주말마다 여행에 빠지다

5. 슬럼프 극복

6. 후회 없는 마지막을 위해

7. 안녕 세부



1. 세부로 오기까지 이야기


서문에서도 작성을 했듯이 해외취업이라는 목표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생존을 위한 영어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그때, 때마침 세부에 있는 어학원에서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이건 떠나야 한다는 우주님의 계시라고 최면을 걸었고, 예약을 당장 해버렸고, 그렇게 세부로 떠나게 되었다.


세부로 출발할 때부터 한국에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대부분의 짐을 버리거나 팔아버렸는데, 나의 소중한 악기, 책, 자전거 등을 헐값에 넘긴 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지금, 그렇게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다.

공항이 미리 도착해서 충전중..

비행기가 필리핀에 들어설 무렵 하늘에서 멋진 번개공연을 보았는데, 솔직히 저 번개가 이 비행기를 때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별 탈 없이 도착.


어학원 적응기

어학원에는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가나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모였고, 

기숙학원이라 그 친구들과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운동하고 쉬다 보니 금방 친해졌고. 특히, 어학원 친구들과 주말에 가끔 여행을 가거나, 시내에 가서 외식도 했었는데, 그 여행이야기는 다른 챕터에서 풀어 보려고 한다.


어학원에 필리핀선생님들의 그동안의 경험과 열정 덕분에, 하루 8시간이라는 수업이 지루할 새가 없었는데,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영어로만 수업을 하다 보니 영어가 전혀 들리지가 않아 답답하긴 했었지만, 3개월 뒤에 영어가 늘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의 만족감은 정말 행복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오랜 시간 영어에 대한 갈증을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

필리핀 어학원 내부 기숙사, 수영장

처음 한 달은 2인실에 룸메이트가 배정이 안돼서 혼자 사용하는 행운을 누린 덕분에 호텔에서 생활하듯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잘 때 건조한 것을 싫어해서 일부러 저녁에 빨래해서 침실에 널어놓고, 습도 조절을 했는데, 아래 사진처럼 널어놓다 보니 조금 불편하긴 했었다.

필리핀 어학원 빨래

이 어학원은 세부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이라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고, 넓은 부지에 수영장, 헬스장, 배드민턴장, 농구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수업을 마치고 이용하다 보니 3개월 뒤 학원을 나갈 때 영어실력이 오른 만큼 나의 몸무게는 반대로 빠졌고, 체력도 정신력도 꽤 많이 좋아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건 이후에 여행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날씨이야기를 해보자면, 비가 자주, 그것도 한번 쏟아지면 건물을 부숴버릴 듯한 비가 내리긴 했지만 대부분 하늘은 정말 맑고 푸르렀다. 물론 낮에는 살을 태워 죽이려는 듯 강렬한 햇살 때문에 바깥을 돌아다니긴 좀 힘들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고 맑은 하늘을 잠시 보는 것만 해도 명상을 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가끔 원색 물감을 그냥 붓질해 버린 것 같은 하늘이 나타났고, 그때는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멍 때리기도 했다. 뭐, 가끔 모기 때문에 가끔 분위기를 깨긴 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운동하고 나면 같이 피자나 패스트푸드를 시켜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기억.

어학원 수업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1:1 수업 6시간, 단체수업 2시간으로 하루에 총 8시간을 공부하는 일반 과정을 선택했다.  물론 스파르타반이라고 더 힘든 수업이 있었지만, 하루 8시간 수업도 압박이 느껴졌기에, 일반과 정수이 나에게는 딱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5시에 수업이 끝나면 운동하고 수영도하고 때로는 영어 말하고 듣기 실습도 할 겸 외식 및 쇼핑을 하러 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학원에서 하루 3끼 식사가 나오는데, 원장님이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한국음식이 자주 나왔는데 필리핀에서 고추장맛을 제대로 알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래서, 가끔 고사리까지 들어 있는 비빔밥이 나올 때는 평소보다 좀 더 과식을 했고, 그 덕분에 고향이 그리워진다는 향수병은 전혀 느끼지도 못했던 거 같다.

필리핀 세부 어학원 식당메뉴 한국음식, 비빔밥
같이 들어왔던 대만친구가 도와줘서 고맙다고 주고 간 라면과 초코파이

주말에는 어학원 친구들이랑 같이 세부시내로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세부에서 처음 간 스타벅스 커피는 너무 맛이 없어어서 필리핀에서 스타벅스는 자연스럽게 안 가게 되었고, 대신에, 시간 날 때마다 괜찮은 카페를 찾는 미션을 받은 듯 돌아다녔고, 커피맛, 분위기까지 괜찮은 카페를 몇 개 찾아냈다.

어학원 친구가 소개해줘서 찾아갔던 세부시내에 있는 카페인데, 와이파이도 2시간 사용가능(필리핀에는 와이파이가 안 되는 카페가 대부분)하고, 커피맛도 좋은 곳. 구글맵에 나오지는 않는데, 더 아래에 소개한 Abaca Baking Cafe 부근이라 찾기는 쉬울 거 같다

걷다가 우연히 찾아낸 당근케이크 카페인데  갈 때마다 다른 그림이 걸려 있어서 눈도 만족할 수 있고, 커피맛까지 정말 좋은데 다만 와이파이가 안 된다는 아쉬움.

https://maps.app.goo.gl/ZeC3Ry6hfqyoiU8i6

필리핀 어디를 가도 길냥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어학원 내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었었다.

가끔 먹을 것을 줬더니 이 녀석들이 알아보고는 항상 다가와서 친하게 비비적대기도 하고, 기숙사 부근에 있는 녀석들은 멀리서도 달려와서 친한척하기도 했다. 특히 친해진 한 녀석은 가끔 방문 앞에 와서 문 열어 달라고 긁어 대기도 했는데 다들 건간 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세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성당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중에 산토니뇨성당은 주말이든 평일이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성당이다. 특히 일요일에는 영어와 필리핀어를 번갈아 가면서 미사를 했고, 나는 종교는 없지만, 영어로 하는 미사를 보려고 가끔 지프니를 타고 아침부터 찾아갔었다. 

위치는 콜론스트리트에 있어서 어학원에서 지프니를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었고, 내려서 5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콜론스트리를 돌아보는 재미도 충분하기에 관광하는 기분으로도 갈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산토리뇨 성당 옆에는 1521년 스페인 탐험가들이 필리핀에서 기독교의 시작을 알리며 만든 십자가인 마젤란의 십자가가 있다. 거기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길래 나도 셀카봉으로 한컷.


미사를 보고 나면 세부-코르도바 대교에 가서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 한 병 하기도 하고, 콜린스트리스트 돌아다니면서 쇼핑하거나 음식도 먹고, 부근에 칼본 마켓이라는 큰 시장에 가서 과일, 야채를 사서 돌아왔다. 

특히 칼본마켓에 땅콩을 파는 곳이 꽤 유명했는데, 군것질하는 거보다는 그 가게에 파는 땅콩강정이나, 볶음 땅콩을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입에 달고 지냈었다.

https://maps.app.goo.gl/9jJ2dyGYo1SJQT9t9



어학원과 세부에 적응하는 모습을 건조한 표현으로 써보았다.

20년 정도의 직장생활을 하며 사실전달위주의 글을 대부분 쓰다 보니 에세이를 쓴다고 하면서도 뭔가 사건을 알려주는 신문기사를 쓴 느낌이 든다. 글쓰기 책을 몇 권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이야기

1. 세부로 오기까지 이야기

2. 어학원, 그리고 세부 적응기

3. 두 명의 일본인 방돌이

4. 주말마다 여행에 빠지다

5. 슬럼프 극복

6. 후회 없는 마지막을 위해

7. 안녕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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