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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 닿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기억 – 그리움이 선명해지는 이유

by 행복가진
R0000581.JPG 그리움 by Ricoh GR3x
R0000589.JPG 그리움 by Ricoh GR3x


버스를 기다리며 창에 비친 풍경을 바라본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겹쳐 보인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사람, 두리번거리는 사람,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

그 순간, 아주 익숙한 실루엣이 스쳐 지나간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손끝이 저릿해진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늘 이런 식이다.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한데,
닿으려 하면 사라진다.

그런 기억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도 엷어지지 않는 것들.
한순간만이라도 현실과 겹쳐지기를 바라는 마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움은 늘 창 너머 어딘가에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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