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오후의 빛이 건물 틈을 지나 인도를 비출 때, 나는 자연스럽게 바닥을 본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 어떤 것은 바닥을 가볍게 스치고, 어떤 것은 깊숙이 박힌 듯하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에게도 그림자가 있다면, 마음에도 그림자가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짧고 선명한 그림자를 가질 것이고, 누군가는 길고 흐릿한 그림자를 가질 것이다.
어떤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고, 어떤 그림자는 한참 동안 남아 있다.
가끔 그림자를 보면 이상한 감정이 든다.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거리에서 문득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건
거울이 아니라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일 때가 많다.
그림자는 솔직하다.
키도, 걸음걸이도, 고개를 약간 숙이는 습관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나는 그 그림자를 보면서, 그래도 여전히 이곳에 서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햇빛이 있으면 그림자는 반드시 따라온다.
그러니 오늘도,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걸어간다.
그게 길든, 짧든, 선명하든, 희미하든,
어쨌든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