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꽤 차가웠지만 괜찮아
도림천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
겨울의 끝, 해는 낮게 깔리고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발 아래에서 춤춘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그림자는 길어졌다가 짧아진다.
빛은 내 앞을 열어주고, 그림자는 조용히 나를 따라온다
지나치는 사람들. 달리는 이, 걷는 이, 멈춰 서서 강을 바라보는 이.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머문다. 바람처럼 스쳐 가는 하루 속에서도 흔적은 남는다.
다리 아래, 물에 반사된 세상이 일그러진다. 고요한 표면에 비친 사각의 빛이 일렁인다. 흐르는 물처럼 기억도 흘러간다. 선명했던 순간이 물결처럼 퍼지고 사라진다.
터널을 지난다. 어둠이 삼키듯 감싸지만 저 끝엔 빛이 있다. 누군가는 거침없이 나아가고, 누군가는 잠시 멈춘다. 나는 속도를 늦추고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지켜본다.
문득, 나도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을 지나는 누군가가 잠시 멈춰 서서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