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MRT역에서 기다리던중...
마닐라 MRT의 아침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인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사람들은 플랫폼을 향해 쏟아져 나온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사람,
한 손으로 가방을 부여잡은 채 빠르게 걸어가는 사람, 멍한 표정으로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흘러간다.
그들의 발걸음이 사라진 뒤, 플랫폼에는 짧은 정적이 흐른다.
쓸쓸한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바닥을 조용히 쓸고 있는 청소부의 모습이 남아 있다.
그의 움직임에는 조급함도, 망설임도 없다.
방금 전까지 북적이던 공간을 말끔하게 비워내는 손길.
그의 시간은 사람들의 분주한 흐름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