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들에 대하여
자전거 바퀴가 아스팔트를 부드럽게 굴러간다.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마치 우리의 하루하루처럼.
속도는 제각각이다.
느릿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사람도 있고, 앞만 보고 힘차게 페달을 밟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결국은 같은 길 위에 있다.
바퀴가 한 번 돌 때마다 그림자는 약간의 흔들림을 동반하며 따라온다.
한결같이. 어쩌면 우리 삶도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약간의 흔들림은 있어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땐 시간의 흐름이 유독 선명하게 느껴진다.
길 위로 드리운 빛과 그림자의 변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강물 위를 떠다니는 작은 물결까지.
뭔가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는 감각.
우리는 같은 길을 돌고 도는 것 같지만, 실은 조금씩 어딘가로 가고 있다. 아주 작은 속도라 해도.
어느새 해가 기울고, 그림자는 더 길어진다.
그러다 서서히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졌다고 해서 없어진 건 아니다.
아마도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희미해지겠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리가 지나온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남는다.
그림자는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때로는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고.
중요한 건 우리가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