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는 삶은 시체가 되어서 누릴게..
요즘, 자꾸만 버거웠다.
무기력했고, 이유도 없이 마음속 조명등이 꺼졌다.
오늘 아침, 어제와 다름없이 동네를 걷다가
아주 깊은 곳에서 무언가 떠올랐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뜬 채
그 생각 속을 조용히 파헤쳤다.
지옥이라는 것조차 모른 채,
내가 만든 지옥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천국으로 옮겨야 하나"라고 중얼거리던 그 순간,
문득 질문하나가 다가왔다.
‘지옥’과 ‘천국’의 차이는 뭘까?
천국에 간다면,
정말 걱정도, 고민도, 무게도 사라지는 걸까?
20대 후반, 끓어오르던 시절
나의 나침반이 되어준 문장이 있었다.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는 삶은,
무덤 속 시체만이 가질 수 있다.
살아있다는 건
고민하고, 흔들리고, 아파하면서도
끝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알았던 것일까?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내 인생의 방정식을 하나씩 풀며,
불확실한 변수들과 맞서 싸우며,
치열하게 살아냈다.
정신없이 달려왔고,
그렇게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최근,
짧은 시간 안에 꽤 큰일들이 겹쳐서 다가왔다.
그 생각들에 매몰되고,
내 존재의 여러 곳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그게 현실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건,
내가 만든 환영이었다.
내가 만든 무대, 내가 쳐놓은 조명,
내가 짜놓은 각본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거다.
이제는 알아챘다.
그래서 다시 살아보려 한다.
이 지옥, 내가 만든 세상이니까
이젠, 내가 판을 키워보려 한다.
걱정 없는 삶은
시체가 된 다음에 누리면 된다.
지금은, 뜨겁게 살아보자.
울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고—
그렇게,
살아있는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