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의 소소한이야기
28일 입국.
그 날짜는 묵직하게 다가왔다. 연락이 없다는 사실은 마음속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새벽 비행기였으니 오늘, 27일까지는 무슨 소식이라도 있어야 했다.
취업 실패의 쓴 기억이 워낙 선명했던 탓에, 초조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26일 늦은 오후, 메일 알람이 울렸다.
수많은 제목 중 'e-visa'라는 단어가 시야를 붙잡았다. 그 순간, 메마른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예상대로 비자 파일이었고, 나는 지체 없이 컬러 프린터를 향해 달려갔다.
10페소짜리를 15페소에 달라는 말에도 아무런 불평 없이 건네주고 돌아섰다. 그깟 5페소쯤이야.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올해 출국할 때 떠돌이요 옷이 아닌 면접을 위한 옷 몇벌이 꽤나 무게를 차지했었다.
그 짊어지고 다닌 무게의 의미를 이제야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 무게 몇 배 이상의 행복을 얻었으니, 지난 시간의 노고는 충분히 보상받은 셈이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무게를 재보니 노트북 가방을 제외하고 18kg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옷들이 없었다면 12kg 정도였을 배낭.
이 짐으로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 동시에 미니멀리스트라는 나의 삶의 철학을 실생활에 실천할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내일 이 시간쯤, 호치민 어느 카페에 앉아 업무를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짐의 무게가 비로소 의미의 무게로 전환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