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말고! 트램, 페리 그리고 섬

홍콩 여행기 02

by 이지

홍콩 여행은 2주 일정이었다. 서울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작은 홍콩을 2주 동안 여행을 간다고 하면 친구들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홍콩은 쇼핑하러 2박 3일 정도가 적당한 거 아냐?"

"나는 홍콩에서 살아보고 싶어."

형과 나는 작은 도시 홍콩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A형과 첫 번째 여행이었지만 여행 스타일이 나랑 잘 맞았다. 형과 나는 짧은 여행보다는 긴 여행과 머무는 것을 좋아했다. 홍콩 여행의 콘셉트는 휴식과 머무름이었다. 그렇게 우린 첫날 머물 숙소 이틀 만 예약하고 홍콩으로 향했다.


트램


홍콩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도시이다. 주말이면 쉴 곳을 찾아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이 공원을 가득 채워 공원 근처 길은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높은 빌딩들이 홍콩의 곳곳을 가득 채웠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빌딩 숲을 지나다니는 트램과 2층 버스는 홍콩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낭만이었다.


하루는 트램을 타고 도시 곳곳을 누벼보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홍콩의 끝자락으로 이동했다. 어김없이 홍콩의 외곽으로 나가면 높은 아파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내려 조용한 동네를 거닐었고 다시 트램에 올라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홍콩의 트램은 홍콩의 구석구석을 구경하기에 제격이었다. 종종 우린 할 일이 없으면 식사를 하고 트램을 탔다. 그리고 동네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트램을 타고 도심을 벗어나 홍콩 사람들이 사는 한적한 길을 걸었다. 관광객이 없는 동네를 걷는 것도 한가로웠고 나름 여유가 있었다.


IMG_2536.JPG 홍콩, 트램


IMG_2539.JPG 홍콩, 트램 안
IMG_2627.JPG 홍콩, 트램에서 본 풍경



페리


홍콩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거나 차로 다리를 건너야 했다. 침사추이 부두에서 페리를 타면 바로 홍콩섬 부두로 들어갈 수 있다. 가격은 300원 정도로 굉장히 저렴했고 바다를 건너는데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짧은 구간이었다. 홍콩섬으로 가기 위해 우연히 타게 된 페리는 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홍콩의 마천루를 구경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페리의 재미를 알게 된 후 밤이면 페리를 타러 갔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페리를 타고 바다를 두세 번씩 건너 다녔다. 표를 판매하는 직원은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홍콩섬 2명이요."

그렇게 침사추이 바다 앞, 1시간 정도 페리를 타고나면 슬슬 숙소로 걸었다. 페리를 타고 바닷바람을 쇠며 야경을 보는 여유는 그 어떤 것보다 좋았다.


IMG_2651.JPG 홍콩, 페리 선착장



홍콩에는 꽤 많은 섬들이 있다. 이 많은 섬들은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보통의 여행자라면 시내에서 쇼핑을 하거나 맛집을 다녔을 것이다. 배를 타고 가까운 마카오에 가거나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건너 다닐 때 말고는 관광객들이 배를 타는 일이 거의 없었다. 홍콩의 주민들은 페리를 타고 홍콩섬이나 침사추이 지역으로 출근을 했다.


매일 도시를 걷다 문득 섬에 가보고 싶어졌다. 페리를 자주 탔던 홍콩섬의 선착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무작정 페리를 타고 이름 모를 한 섬으로 이동했다.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 가자 섬에 도착했다. 부두에는 많은 자전거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 주민들이 이용하는 자전거인 듯했다. 오후 시간, 사람들이 모두 출근하고 비어 있는 마을을 거닐었다. 마을 한편에는 작은 해변가가 있었고 그곳에서는 어린아이 몇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이 난 듯했다.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었고, 부모로 보이는 젊은 여자 2명은 차를 모래사장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땅한 상점이나 레스토랑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조용하고 한적한 길을 걷는 것이 전부인 섬이었다. 섬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다. 섬의 높은 곳에 오르니 홍콩섬의 아파트들이 보였고, 큰 배들이 바다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다.


도시의 시끌벅적한 소음과는 전혀 다른 결의 조용함이 느껴졌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그곳에서 형과 나는 신나게 돌아다녔다. 사진을 찍을 때는 이상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으니 자유로웠고 신이 났다. 우리는 계속 웃으며 길을 걸었다.


시골길을 거닐며 한낮의 여유를 즐겼다. 도시의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이런 느린 일상이 나를 위로했다. 홍콩은 쇼핑의 도시가 아닌 내 안의 속도를 돌아보게 하는 느린 여행지였다. 섬을 한 바퀴 돈 뒤에야 해가 지기 시작했다. 홍콩섬으로 돌아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서 기다렸다. 페리에는 퇴근하는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페리에서 내린 주민들은 주차해 놓은 자전거를 챙겨 떴났고, 우린 페리에 올랐다.


IMG_2652.JPG 섬으로 향하는 페리 안
IMG_2654.JPG 배에서 바라본 섬
IMG_2655.JPG 섬에 내려서 바라본 작은 마을
IMG_2715.JPG 섬 위에서 바라본 홍콩섬
IMG_2770.JPG 페리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IMG_2776.JPG 페리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어떤 나라보다 화려한 홍콩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어울려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홍콩에서 2주간 머물며 느낀 것은 화려함 이면의 아늑하고 편안한 사람들의 삶이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한 길과 작은 상점들에는 여유와 웃음을 가득 안고 사는 아이들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도시의 숨겨진 다른 매력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게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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