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7년 반 만에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바쁘게 살아가던 일상과 매캐하고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의 그 공기마저 그리웠다.
그러나, 이번 한국 여행에서 느낀 점은, 대한민국은 외국인이 여행하고 살기에 정말 힘든 나라라는 것이다.
호주 여행과 생활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하고서 첫 번째 글을 한국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외국 국적자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불편함을 기억하며, 호주를 찾을 한국 사람들의 시선에서 글을 쓰고자 함이다.
푸른 하늘빛을 보며 아침에 이륙했는데,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창 밖은 온통 뿌연 잿빛이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러나 잊고 살았던 이 익숙한 하늘이 더없이 반갑다.
하루면 족히 오는 이곳을 지난 몇 년간 찾을 수 없었다. 가족 여행이라 트렁크 개수도 만만치 않았지만, 인천공항까지 마중 나온 친구 덕분에 편하게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올림픽대로를 지나며 보이는 한강과 높고 길게 줄지어선 아파트, 교통체증까지도 설렘과 묘한 아쉬움이 섞인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계획했던 여러 일들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모두가 내가 외국 국적자이기 때문이다.
우선 휴대폰 가입이 매우 어렵다. 여러 휴대폰 매장을 찾아다녔는데, 가입 조건이 모두 다르다. 여권으로 가능한 곳도 있고, 거소증을 받아오라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는 곳도 있다. 겨우 한 곳에서 알뜰 선불폰을 가입했는데, 문제는 본인인증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휴대폰 본인 인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온라인 서비스의 거의 모든 사이트 가입이 불가능함을 의미했다.
나는 여행객인데, 기차나 고속버스 티켓 예매도 불가능하다. 사전 예약이 필수인 일부 방문지는 회원가입을 할 수 없어서, 방문을 못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예약을 부탁해야 했다.
짐이 많은 탓에, 이동수단으로 타다 서비스가 좋아 보이는데, 역시 가입이 안된다. (타다는 해외에서 미리 가입을 하면 현지 인증으로 가능한 듯싶다.) 택시 어플도 가입할 수 없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현실적으로 택시를 예약할 수도 없고, 온라인을 이용한 기차나 버스 예약도 어렵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는 한 호텔 예약도 쉽지 않다.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레스토랑이나 매장도 있는데, 은행 계좌 오픈도 불가능하다.
한국말을 잘하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은 한국 여행이 편할리 만무하다.
본인인증의 필요성이나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정말 필요한 제도일까? 한국 국적자들은 큰 불편함을 느낄 일은 아니지만, 모두 수많은 규제에 당연하고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조금 더 자유로운 나라에서 온 탓일까?
2023년은 '한국 방문의 해'라고 한다.